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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수연 May 17. 2016

사람빨 받는다는 것

늘 싸구려만 걸치는 사람이고 싶었다.

흔히 옷이 사람빨을 받는다고 한다. 얼굴이 너무 멋지거나 몸매가 훌륭하면 만 원짜리를 입어도 십만 원짜리 같아 보이는 효과. 2014년 MAMA 시상식에서 탤런트 강소라가 입은 파란 드레스가 사 만원이 채 안되는 옷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큰 화제가 된 적도 있었다. 얼굴이 연예인만큼 훌륭하지 않아도 그런 사람들이 있다. 저 사람이 선택한 것은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 보이는 최면 효과를 가진 사람들. 흔하진 않지만 우리 주변에 하나둘 쯤은 존재한다. 사람을 상대하는 말투와 표정과 행동에서 가치가 느껴지는 그들은 대개 자신이 가진 지혜와 지식에 비해 많은 것들을 절제하는 미덕을 가졌다.

인간은 갈구하고 갈망하는 것을 닮아간다. 눈에 보이지 않는 에너지와 분위기는 더더욱 그렇다. 주변을 둘러보면 한눈에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엄마는 자주 이런 말을 했다. 딸, 닮고 싶은 것이 있으면 끌어당겨. 자꾸 너한테 가까이 끌어당겨야 점점 그것에 가까워져. 그럴 때마다 나는 '우리 엄마 완전 파울로 코엘료네' 하고 웃었지만 사실은 충분히 합리적인 이야기였다. 나는 그 사람빨이라는 것에 늘 욕심이 났다. 그래서 매일 싸구려 옷만 입고 다니는 사람이고 싶었다. 진정으로 사람빨 받는 이가 된다면 그 모든 형상은 분명 나에게 높은 가치를 얻지 못하리라 여겼기에 그랬다. 내가 입은 옷보다 구두보다 내 생각을 들어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의 가치는 그 곳에 있다고, 그 곳에 있어야 한다고 믿었다. 


가야 할 길은 아득하지만 나는 여전히 같은 마음으로 시간을 산다. 여전히 내일의 나, 또 내일의 나를 기대하며. 거북이보다도 까마득 느릴지언정 하루하루 깊어져 가는 내가 나는 참 달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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