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도 꼬리가 있었으면 좋겠어

by 지수연

하루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 삑삑 문을 열면 치와와 한 마리가 토끼처럼 겅중겅중 온 집을 뛰어다닌다. 토네이도라도 일으킬 기세로 깃털 같은 꼬리를 뱅글뱅글 돌린다. 침대에 걸터앉으면 시작되는 격한 반김. 이어지는 침 바르기와 머리카락 물어뜯기. 발톱에 걸려 한올씩 삐져나오는 니트의 끝자락.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웃는다. 그녀의 꼬리 언어에 나 혼자 대꾸를 한다. 응 나도 보고 싶었어, 하며.


개가 자신의 주인에게 변덕을 부리는 일은 흔치 않다. 오락가락 좋아했다가 싫어했다가 하지 않는다. 계산 없이 한결같이 좋아만 한다. 자신을 넉넉히 사랑하지 않는 주인에게조차 그렇다. 하지만 인간은 종종 매몰차다. 친구를 가족을 남편을 부인을 좋아했다가 싫어했다가 짠해하다가 정나미 떨어졌다며 뒤돌아 서기도 한다. 사람이 사람을 한결같이 좋아한다면 그것은 드라마이거나 소설이거나 많은 사람들에게 부러움과 질투를 한가득 받는 소수의 이야기일 확률이 높다. 그런 사랑이 흔하다 믿는 일에는 서로의 비밀을 모른다는 전제가 필수다.




다자이 오사무는 단편 소설 '사양'을 통해 말한다. 인간이 다른 동물과 진정 다른 점은 뭘까. 언어도 지혜도 생각도 사회 질서도 아니다. 다른 동물들 역시 대개의 것을 가지고 있다.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고 큰소리치지만 본질적으로 다른 동물들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 하지만 딱 한 가지의 예외가 있다. 그것은 바로 비밀이다. 자기만의 비밀.



세상에는 분명 아름다운 비밀도 존재할 것이다. 레지스탕스를 지하실에 숨겨주었던 오드리 헵번의 비밀이라던가 치매에 걸린 남편의 프러포즈를 열여섯 번째 받아주는 부인의 비밀이라던가. 하지만 우리의 삶 가운데 가장 흔히 보이는 비밀은 대개 잿빛이다. 앞에서는 웃고 뒤에서 쑥덕이는 비밀. 좋은 것을 줄 것처럼 현혹하여 실리를 빼앗는 가면. 돈을 벌고 밥을 먹고 사람을 만나 함께 무언가를 도모하다 보면 너절한 비밀들을 흔히 마주한다. 어쩌면 나 역시 그랬을까. 꼬리를 숨기고 싱글싱글 웃다가 뒤돌아 눈꼬리를 올렸을까. 면역 없는 장면을 마주할 때마다 나는 뒤통수가 서늘해진다. 인간이란 족속은 속을 알 수가 없으니 말이다.


사람도 꼬리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나쁜 것에 반응하지 않고 좋은 것에 신이 나는 꼬리. 인간을 홀리는 존재를 재깍재깍 걸러내는 꼬리. '흔들리지 않는 꼬리로 웃는 얼굴을 조심하라' 도시마다 슬로건이 걸리는 세상. 신에게 의탁하는 마음을 갈취하는 이들과 외로운 이들의 결핍을 빌미로 피를 빨아먹는 이들의 이야기를 접할 때마다 나는 꼬리 달린 인간들의 세계를 상상한다. 결코 마주할 수 없는 그런 세상속으로 홀리듯 빠져든다. 그 안에서 나는 마음을 치료하고 또 회복한다. 가끔은 그런 세계가 필요하다. 역한 세상의 비밀을 마주하는 날이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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