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 같은 마음으로부터

하늘 사진이 보고 싶어서 그래.

by 지수연

'나는 하루 종일 회사에만 있잖아. 하늘 사진이 보고 싶어서 그래.'


그가 메시지를 보냈다. 볕이 잘 드는 오후의 하늘을 예쁘게 찍어 보내달라고 했다. 나는 알고 있다. 그의 사무실은 탁 트인 창으로 둘러싸인 고층의 건물. 하늘 사진 따위가 필요 할리 없다. 고갯짓 하나로 볕이 들고 저무는 것까지 둘러볼 수 있는 사람이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하나다. 나의 무력감 때문이다. 아주 시답잖은 이유로 열심을 내던 모든 일에 자신을 잃은 나 때문이다. 기운 없는 목소리로 통화를 하며 털레털레 길을 걷는 나에게 힘을 주고 싶은 것이다.


탄자니아의 세렝게티 국립공원으로 신혼여행을 다녀왔다는 주변인의 이야기에 귀를 쫑긋 세운적이 있다. 사자가 사슴의 목을 뜯어먹는 이야기는 끔찍했지만 대자연을 두 눈에 담을 수 있다는 것, 오로지 그 이유 하나만으로 모든 이야기가 뇌리에 박혔다. 오래 전 아프리카 여행을 다녀온 누군가의 이야기가 겹쳐 떠올랐다. '막상 가서 보니까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어. 그저 나는 먼지구나. 나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작구나. 그런 마음뿐이었어. 그냥 거기에 서서 옷을 막 벗어던지고 싶더라.' 잔혹하고 자연스러워 물처럼 편안한 것들. 바람과 숲과 하늘처럼 그저 있는 것들이 가져다주는 평안이 있다. 그것은 신을 만난 이의 간증처럼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것이며 첫눈에 반한 마음처럼 지극히 개인적이고도 면밀한 것이다.


내리 사흘. 매일 같은 메시지가 왔다.

'하늘 사진이 보고 싶어. 얼른 보내줘. 오분 안에 꼭.'

사흘을 연달아 그런다고 해서 대단한 변화가 일어날리는 없었다. 그저 조금 울 것 같은 기분이 들었을 뿐이었다. 사람들이 쉭쉭 지나는 큰 길가에서 건물과 직광을 피해 네모난 화면의 각을 잡을 때마다 눈가가 시큰거리고 서러운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울지는 않았다. 잽싸게 사진을 찍고 지하철역으로 저벅저벅 걸었다. 그리곤 열차에 앉아 가만히 생각했다. 나의 서러움에 대하여 생각했다. 그 시작에 대하여. 어째서 저 푸르고 밝은 것들은 인간으로 하여금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을 끌어내게 하는지에 대하여 생각했다. 사흘의 하늘이 나에게 준 것은 생각이었다. 생각의 꼬리. 그것을 어떻게 물어내는가는 온전히 나의 몫으로 남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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