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솔라리스의 바다 Jun 23. 2022

리틀 포레스트

집을 떠나기로 한, 엄마의 결정에 대해서

콜슨 화이트헤드의 장편소설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2016)를 읽다가, <리틀 포레스트>(임순례, 2018)가 생각났다. 미국의 18세기를 배경으로 노예 농장을 탈출한 코라가 자유를 찾아가는 여정을 담은 이 작품은 한 마디로, “끝내주는” 소설이었다.    

 


소설의 중심부와 조금 다른 이야긴데, 코라의 엄마 메이블은 코라가 10살 때 농장을 탈출했다. 노예 사냥꾼이 활개를 치던 때에, 메이블은 끝내 잡히지 않았고, 코라는 혼자의 힘으로 집단 수용소 같은 노예 농장에서 살아야 했다. 결국 코라도 탈출을 감행하지만, 늘 품는 의문이 있다. 엄마는 왜 나를 버리고 떠났을까? 종종 아주 어린아이와 함께 도망친 흑인을 보면서도 생각한다. 엄마는 왜 나를 데리고 가지 않았을까? 코라는 엄마에게 버려졌다는 마음, 그래도 엄마가 어디선가 행복하기 바라는 마음, 한 가지로 정리하기 힘든 복잡한 마음을 달래려 한다.      


<리틀 포레스트>에서도 엄마는 떠난다. 혜원(김태리)이 스무 살이 되던 해, 혜원 모(문소리)는 홀연히 자취를 감춘다. 애초 남편의 병간호를 위해 시댁 근처 시골로 내려왔지만, 남편은 일찍 세상을 떠났다. 그래도 혜원 모는 그곳에서 혜원을 키운다. (그곳에 머물기에는 혜원 모가 워낙 자유로운 것처럼 묘사된다) 결국 혜원이 고등학교를 졸업하자, 집을 나선다. 그리고 소식 한 통 없다. 

그녀는 어디로 갔을까? 아니 꼭 혼자 가야만 했나? 잠깐 여행 후 돌아오는 건 안 될 일이었나? 혜원 역시 코라처럼 버림받은 기분을 느낀다. 그러면서도 엄마가 잘 살고 있기 바란다. 아니 엄마는 엄마의 인생이 있을 거라고 인정하려 한다. 하지만 엄마와 딸의 관계다. 쉽게 정리하고 단정하기 어렵다.      



이 영화와 소설은 모두 혼자 남은 딸(이자 소녀)이 주인공이다. 그러나 엄마의 마음도 궁금하다. 그렇게 ‘떠날’ 결심은 어디에서 왔는지. 혹은 자기 배로 낳은 아이를 두고 갈 만큼 그를 추동했던 힘이 무엇인지. 그저 변덕이었을까? 애초 엄마라는, 사회가 부여한 역할에 맞지 않았을 수도 있고. 

물론 소설에서는 결말부에 엄마의 행방이 밝혀진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끝내 엄마는 나타나지 않는다. (결말에서 암시가 있긴 하다.)     


하나만 결정해야 한다면, 우리는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아이의 행복과 나의 행복 사이에서. 어쩌면 희생보다는 스스로를 선택하는 편이 낫지 않은가? 아니라고 해주세요. 맞다고 해주세요.

작가의 이전글 트레인스포팅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