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보다 그리움이 더 깊었던 시간
바이크를 아직 더 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데 추워지는 날씨에 야속한 마음이 드는 라이더들이 많다. 나 또한 그랬다. 이제 갓 왕초보 딱지를 뗀 라이더로서 불타오르는 심장으로 추위 따위는 무시하고 호기롭게 라이딩을 나서고 싶었다.
하지만, 영상 10도 아래로 내려가게 되면 몸이 버티질 못했다. 집에서 양평만남의 광장(줄여서 양만장)까지는 안 막히면 30분 정도 거리였다. 겨울철에 오토바이의 배터리가 방전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한 주행(속칭 충전바리)으로 제격인 곳이었다. 영상 5도 정도 날씨에 양만장을 간 적이 있었는데 온몸으로 바람을 맞다 보니 뼛속까지 한기가 드는 느낌이었다. 쉴 새 없이 덜덜 떨어도 몸이 점점 얼어가고 있었다.
가을철엔 바이크로 가득했던 양만장이 겨울이 되어 황량해진 모습을 바라보며, 다시 얼른 날씨가 풀려서 여러 바이크들을 구경하게 되기를 바랐다. 따뜻한 음료를 연거푸 몇 잔을 마시고 한참을 실내에서 몸을 녹이고서야 집으로 돌아갈 기운이 났다. 손가락이 떨어져 나갈 것 같은 통증을 참고, 겨우 바이크를 조작하여 집에 도착했다. 그런 고생을 하면서도 나는 가능하면 겨울에도 바이크를 타고 싶었다.
아무래도 겨울엔 노면에 눈에 보이지 않는 블랙아이스가 있기 때문에 때문에 몸을 사려야 하는 게 맞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아예 시즌오프(바이크 주행을 쉬는 기간)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시즌오프를 하고 싶지 않았다. 겨울이 깊어져 대부분 기온은 영하로 뚝 떨어진 날이 많았지만, 주말에 기온이 잠시라도 영상으로 오르는 날이 있을 거라 기대하며 날씨 체크를 수시로 했다. 그러나 한낮의 기온이 영상 5도 이상인 날은 한 달에 하루 이틀 정도였다. 그래서 왕복 1시간 거리로 양만장에 충전바리를 다녀오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해 겨울은 바이크를 타면서 쌓은 추억들을 한 장 한 장 들여다보는 걸로 아쉬운 마음을 달랬다. 이전부터 써왔던 일기에는 바이크를 탔던 날의 생생한 감정과 이야기가 잘 정리되어 있었다. 일기를 보면서 다시 그때의 기분에 젖었다.
버겁고 답답한 일상에 바이크는 유일하게 숨통을 틀 수 있는 창구였다. 바이크만 타면 유년시절에 아무 걱정 없이 동네 골목에서 친구들을 불러 모아 술래잡기를 하고 땅따먹기를 하고 자전거를 타고 놀았던 시절의 기분이 떠올라 행복했다.
겨울은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바이크를 향한 애틋한 마음을 꾹꾹 눌러 담으며 다시 활주할 시간을 위해 잠시 쉬어가는 시간이 될 수밖에 없었다. 내년에는 또 어떤 라이딩 생활을 하게 될지 기대하면서, 기나긴 시간을 견뎌 나갔다. 봄이 올 걸 알기에 견딜 수 있는 시간이지만 정말 길다고 느껴진 겨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