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25주 차의 선언
어제 라면을 두 개 끓여 먹었다.
하나 먹고 아쉬워서 하나 더 끓인 게 아니다.
처음부터 어떠한 주저함도 없이 두 봉지를 뜯었다.
스프도 두 개 겹쳐서 파딱파딱 흔들고, 능숙하게 입구를 잡고 동시에 주욱 뜯었다. 그렇다. 처음부터 두 개를 먹을 생각이었다. 애초에 물 양 자체가 그랬다.
깔아놓은 임신 어플에서
오늘부터 당신은 임신 25주 차입니다. 아기는 이제 단호박만 한 크기입니다. 1일 3회의 식사를 5~6회로 나누어 소량만 드세요. 맵거나 시거나 탄산이 들어간 음식, 분해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지방이 많거나 튀긴 음식은 피하세요.
라는 경고 메시지가 왔음에도 나는 기어이 라면을 두 개 끓였다. 아니 그 메시지 때문에 더 격하게 두 개가 먹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하지 말라니까 더 하고 싶고, 참아야 한다니까 더 못 참겠어서 말이다.
스트레스 풀 듯이 먹지는 말자
첫째 때 가볍게 +17킬로를 찌고 다짐에 다짐을 했건만. 다시 못 볼 인생의 정점을 찍고 내려왔다고 생각했는데. 머지않았다.
오늘 아침 일어나
퉁퉁 부운 손가락에 피가 안 통하는 걸 보고 결심했다.
여보, 나 오늘부터 결혼반지 빼고 있을게
나의 긴급 고백에 어안이 벙벙한 남편의 표정.
긍정도 부정도 못하다가 잠시 후 미련이 남았는지 '근데... 사람들이 그냥 뚱뚱한 사람이라고 오해하면 어떻게 해?'라고 되물었다. 나는 조용히 반지를 뺀 네 번째 손가락의 시뻘건 자국을 보여주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