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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읽는인간 Nov 11. 2020

아이의 보육원 생활, 선생님과 개별 면담을 하고 왔다

의연한 척, 괜찮은 척 해봐도 가슴시린 일


오늘은 1년에 두 번 있는 보육원 정기 면담일.
오전 중에 보육원 선생님과 개별 면담을 하고 왔다.

매번 의연한 척 괜찮은 척 해보려 해도 면담을 하고 돌아오는 날은 어김없이 가슴이 시리다.

집에서는 마냥 밝고 씩씩한 아이지만, 친구들 사이에선 고민도 걱정도 많은 다섯 살. 내가 모르는 아이의 모습을 알게 되는 것은 설레면서 동시에 가슴에 무거운 추를 달고 돌아오는 기분이랄까.

면담의 주목적은 내년부터 시작될 초등학교 생활에 적응하기 위하여, 교사와 부모가 아이의 발달 상황을 공유하고, 걱정되거나 뒤쳐지는 부분은 없는지, 가정과 보육원 사이의 인식의 차이는 없는지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면담의 후반부는 질의응답으로 평소 아이의 보육원 생활에 있어 궁금한 점을 질문하고 들어 보는 시간을 가졌다.


감사하게도 신체적/정신적 발달에 있어서 이렇다 할 문제는 없었기에 크게 걱정하지 않았지만, 교우관계에 있어 최근 1년간 아이가 많이 성장했다고 조심스레 운을 띄우는 선생님의 말씀에 귀 기울이지 않을 수 없었다.

자기표현도 주장도 강한 아이라 작년까지만 해도 친구들을 모으는 역할이 많았던데 비해, 올해 새롭게 들어온 친구들이 늘어가면서 아이들의 놀이 그룹에도 지형 변화가 있었다는 것. 덕분에 아이도 친구들에게 자신을 맞춰가는 과정에서 성장통을 겪어왔다고. 집에서는 내색하지 않아서 몰랐던 사실이었다. 놀란 마음을 애써 누르며 선생님의 의견을 들어보니, 처음에는 그룹에 들어가지 못해 겉도는 모습도 있었지만 이제는 스스로 다른 놀이를 찾거나 다른 그룹에 들어가는 일도 서슴없이 할 수 있게 되었다면서 ‘유연해진 모습’으로 한 단계 성장한 것 같다고 했다.

많은 아이들을 한꺼번에 돌보면서 세세한 부분까지 챙겨준 선생님에게 고마운 마음과, 그간 엄마에게 기대지 않고 혼자서 보육원 생활을 견뎌왔을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교차해 눈물이 고이려는 것을 애써 참았다. “오늘 하루 어땠어?”하는 물음에 엄마가 걱정할세라 “재밌었어!”라고 대답했던 아이의 뒷면에 여러 가지 표정이 숨어있었음을 먼저 알아채지 못한 것이 후회가 됐다. 지금이야 이렇게 아이가 말하지 않아도 선생님의 눈을 통해 아이의 생활을 들어볼 수 있지만, 앞으로 커 갈수록 내가 모르는 아이의 모습이 점점 많아질 것을 생각하니 가슴 한가운데가 뻥 뚫린 기분이었다.

아빠와 함께 돌아오는 길.


밖에서 상처 받고 애썼을 아이를 집에서 더 많이 보듬어주자고, 간만에 부부가 한 목소리로 의기투합했다. 아이를 배속에 가졌을 때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장소’가 되어주겠노라 했던 다짐을 다시 곱씹으며... 오늘은 아이가 함박웃음을 지을 수 있게, 저녁엔 좋아하는 함바그를 만들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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