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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읽는인간 Nov 19. 2020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지점

우리는 어떻게 만나고 마주치는가

11월인데도 20도를 웃도는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출산 예정일까지 남은 시간은 보름 남짓. 언제 태어나도 반갑게 맞이할 수 있도록 외출을 자제해야지 싶으면서도, 따뜻한 바람이 콧속으로 훅 불어오는 이런 날엔 칠렐레 팔렐레 뛰쳐나가고 싶은 마음이 절실하다.

이런 내 마음을 알았는지,
“제가 그쪽으로 갈게요~”하고 흔쾌히 먼 걸음을 해 주신 분이 있다.

사이타마현에 사시는 @__chaechan17 님. 몸도 마음도 지쳐있던 시기, 일본인 남자 친구와 꿀 떨어지는 3년의 연애 끝에 작년 12월 부부의 연을 맺고 일본 생활을 시작하게 되셨다고. 인스타그램의 #한일부부 태그가 채짱님과 나의 연결고리였다.

1시간이 넘는 이동 시간을 마다않고 한 걸음에 달려와주신 채짱님과의 첫 만남은 상상 이상으로 강렬했다. 10년 터울의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말하면 실례지만) 너무너무 동안이신 모습에 깜짝! 친정엄마 수준으로 두 손 가득히 챙겨 오신 한국 과자와 식료품, 큰 아이 작은 아이까지 두루 챙겨주신 정성이 가득한 선물에 또 한 번 깜짝!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깊어지는 대화 속에서 같은 대학 선배님이셨다는 사실에 또또또 깜짝깜짝!! 놀람의 연속이었다. (일본에서 #CAU 동문을 만날 줄이야!! 와우!!)

온라인 상에서 늘 애정 어린 시선으로 나의 글을 읽어주시는 채짱님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니, 역시는 역시. 통하는 부분도 공감하는 부분도 많았다. 결을 같이 하는 사람이란 이런 느낌을 두고 말하는 걸까. ‘너도 그래? 어머, 나도 그래’하고 마음과 마음이 맞닿을 때의 쾌감이란!

맛있는 식사와 눈이 즐거운 디저트까지 즐기고 나니 흘러간 시간이 아쉽기만 했고, 사는 곳이 가까웠다면 논알콜 맥주와 마른오징어라도 뜯어가며 2차 3차라도 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개찰구 앞에서 힘껏 손을 흔드는 것으로 다음 만남을 기약해야 했다.

즐거운 만남은 몸도 마음도 배부른 일


집에 돌아와 양손 가득히 챙겨주신 선물 보따리를 열어보면서 문득,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지점은 어디일까] 생각해 본다.

사람은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입자로 구성되어있다. 태어난 배경, 살아온 환경, 만나 온 사람들과 경험한 것들이 한데 모여 무수한 화학적 반응을 일으키면서 한 인간의 실체를 구성한다. 그렇게 나를 구성하는 셀 수 없이 많은 입자들을 머금고 살아가다 어느 날, 나와 같은 원소기호를 만났을 때 우리는 알 수 없는 찌릿함을 느끼곤 한다. 어떤 이는 ‘통한다’라고 하고, 어떤 이는 ‘운명’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그 느낌.

생김도 처지도 다른 우리가 타인과 만날 수 있는 이유는 이런 까닭이지 않을까 싶다. 금방은 보이지 않지만, 나조차도 잊고 살았던 내 안의 깊은 무언가와 너의 그것이 만나는 지점이 있기 때문에. 이렇게도 다른 너와 내가 공감하고 함께 웃고, 울어줄 수도 있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다른 이와 맞닿을 수 있는 입자를 많이 가지면 가질수록 만남의 기회도 공감의 깊이도 넓고 깊어지는 것 아닐지. 오랜만에 뜯어보는 맛동산 봉지를 부여잡고. 부지런히 내면을 키우고 채워야 하는 이유다.


요즘 자꾸 받기만 하는 나라서 부끄럽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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