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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읽는인간 Mar 17. 2021

딸 키우면 좋은 점, 오조오억 개

나란히 쌓여가는 너와 나의 시간


딸을 키우며 좋은  오조오억   하나는 이런  아닐까. 아기자기한 수첩이며 문구류, 스티커를 사이에 두고  시간이고 조잘조잘 떠들  있는 시간을 가질  있다는 .


작년 여름부터 엄마 따라 나도 적고 싶다기에 작은 수첩을 장만해 주었는데 올 해는 자신도 ‘달력이 있는 수첩’을 갖고 싶다 하여 나란히 같은 디자인의 스케쥴러를 골랐다. 아빠에게는 미안하지만 단짝 친구와 비밀 편지를 주고받는 것 같은 간지러운 기분. 분명 엄마와 딸 사이에서만 느낄 수 있는 소소한 특권인 것이다.


이번 주말이면 5년 동안 다녔던 보육원을 졸업하는 아이. 이제 엄연한 학생(小学生)이 되겠지. 새 가방에 새 신발, 새 학용품을 하나씩 사 모을 때마다 부풀어 오르는 아이의 얼굴.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내 가슴에도 설렘이 물든다.


“학교에 가면 할 일이 많아질 텐데. 매일매일 숙제도 있을 거고 영어랑 한국어도 엄마랑 더 열심히 해야지. 아휴 바쁘다 바빠.” 용무도 없는 란도셀 커버를 열고 닫으며 혼잣말하는 것이 마냥 귀엽기도 한데, 분주해진 아이의 눈을 보고 있자니 교통정리가 필요할 것 같았다. “오늘은 우리 가족회의를 열어볼까?”


“오, 회의!”


회의라고 하니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책상에서 수첩과 연필을 들고 오는 아이. (어디서 본 건 있어가지구!) 재택근무 중인 아빠에게 ‘회의 중이니까, 조용~!’ 하고 늘 문전박대의 수모를 당했던 아이가 오늘은 자기도 일원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절로 흥이 나는 모양이다.


“유이나가 꼭 해야 할 일은 뭘까?” 하고 물으니


“숙제~에, 영어어~, 한. 구. 고(한국어)랑 치어 연습!!” 하며 수첩에 하나하나 적어가는 작은 손. 두 팔 벌려 신나 하는 그림까지 그려 넣는 걸 보니 ‘해야 한다’는 부담감보다 ‘하고 싶다’는 기대가 더 큰 것 같아 다행이다. “아, 책도 읽어야지!”


해야 할 일보다는 하고 싶은 일에 가까운 그녀의 to do list


해야 할 일을 노트에 쏟아부은 다음은 시간표에 차곡차곡 정리하는 시간.


“그럼 이제 언제 할 건지 정해볼까? 매일매일 다 하려면 힘드니까 월화수목금토일 중에 언제 할 건지 유이나가 정해봐”


달력을 보며 깍두기 칸을 하나씩 만드는 아이. 뭐든 이렇게 자기 손으로 해야 직성이 풀리나 보다.


“숙제는 매일매일 해야 돼. 월요일부터 금요일. 한구고(한국어)랑 영어는 하나씩. 치어는 매일매일 해야 되는데 가끔은 쉬고 싶으니까 화요일, 목요일은 X!”


다 컸다, 우리 딸. 알아서 똑 부러지게 자신을 할 몫을 나누어 놓는 아이. “아빠도 같이 확인할 수 있도록 벽에도 붙여 놓으면 좋겠다”라고 제안하자 “그건 엄마가 적어줘”한다.


손수 그린 깍두기 시간표. 옆 페이지에는「오늘은 회의 재밌었다」라는 메모.


그렇게 해서 엄마도 아빠도 아이도 함께 확일 할 수 있는 아이의 시간표가 완성되었다. 해야 할 일이 생긴 언니가 되었다고 느꼈는지 뿌듯함과 의욕이 뿜 뿜 샘솟은 나머지 9시에 자기로 했는데 시간은 9시 17분! 이런!


“뭐야 엄마! 알려줬어야지~~”


잠자리 독서를 하며 토닥토닥. 불을 끄고 뒤통수를 끌어안으며 속삭여주었다.


“오늘 시간표 잘 만들어서 너무 멋있었어! 그렇지만, 시간표대로 움직이지 않는 게 인생이란다.”


더 해주고 싶은 말이 있었지만 오늘은 여기까지.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스스로를 너무 아프게 하지 않길 바라, 는 말은 잠시 미뤄두었다 아이가 필요로 할 때 건네줘야지.


2021년 3월

너의 세상이 한 뼘 더 넓어지는 봄을 축하하며


너의 하루하루가 쌓여 그리던 꿈에 다다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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