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비가 내린다.
빗 속에 보내는 아이의 등굣길. 아침부터 부산하게 우산과 우비를 챙기고, 가방에 방수 커버를 씌우고, 장화까지 단단히 신겨보내면서도 남은 걱정이 한가득이다. 젖지는 않을까 혼자 접을 수는 있을까. 무겁진 않을까. 어쩔까 저쩔까.
띵-똥-
옆 집 친구가 같이 가자고 벨을 누르는 소리.
내 마음이 훤히 보였는지 아이는 걱정도 말라는 듯 ‘다녀오겠습니다~!(行ってきます)’ 우렁차게 현관문을 밀고 나간다.
사서 걱정이란 말을 이럴 때 쓰는가 보다.
부슬부슬 비를 맞으며 둘째 아이까지 등원을 시키고 홀가분한 시간. 오랜만에 역 앞까지 걸어가 볼까. 평소 같으면 빗 속을 걷는 거추장스러운 일은 되도록 피하는 편이지만, 아이의 씩씩한 ‘다녀오겠습니다’가 귓전에 남아 덩달아 용기가 났다. 다음 주면 아침저녁으로 몸을 맡겨야 할 출근 전철을 구경이나 할 셈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이것도 주의
저것도 조심
만지지 말 것
해선 안 될 것
뭐가 그리 많은지.
언제부턴가 기대보단 걱정이 먼저 끼어든다.
그까짓 가방 좀 젖으면 어떤가. 비를 흠뻑 맞고 돌아와 쭈글쭈글해진 교과서를 드라이기로 말리면서도 첨벙첨벙 발을 담가가며 놀았던 기억이 나에게도 있는데.
가끔은 비상 버튼을 누르는 것도 필요해.
확, 질러버리는 마음 같은 거.
장바구니의 결제 버튼 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보이진 않지만 분명히 있는.
욕심인 줄 알고 접어두었지만 사실은 꿈이었던 그런 거.
오늘
비가, 걸음이, 아이가 나에게 알려준 것들.
2021.04.14 w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