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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SIMI Aug 16. 2019

인도 여행 17. 참 고마운 이들

2019. 1. 22.

악바르 황제가 건설한 「승리의 도시」 파테푸르 시크리(Fatehpur Sikri Fort)는 「1986년 UNESCO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곳이라 가야 할지 망설여진다. 시내에서 37km 떨어진 먼 거리이라 빠듯하게 기차 시간에 맞추어 다녀올 수 있을 것 같기도 하자만 지금은 교통비가 더 부담스럽다. 

통장에 충분한 잔고가 있는데도 시티카드에서 인출이 되지 않는다. 적은 돈을 시도해도 마찬가지다. 마스터 카드 로고가 선명한 ATM에서 인출을 시도했지만 에러 메시지만 뜬다. 비밀번호를 잘못 입력했다고 생각하여 다른 번호를 눌러도 반응은 같다. 한 장뿐인 카드라 조심스러워 카드 인출이 가능할 때까지 돈을 아낄 수밖에 없다. 하나를 포기하니 다른 하나를 얻는다. 아침이 여유롭다.


자이푸르로 가는 ACC는 가운데 두 개의 테이블을 기준으로 일곱 줄로 된 2+3 구조의 의자가 서로 마주 보고 있다. 운이 좋게 나의 좌석 앞에 탁자가 있어 다리가 편하다. 

30대 후반쯤의 두 딸과 여행하는 노년의 백인 부부가 탑승하더니 이내 맞은편에서 통로를 막고 뭐가 그리 즐거운 지 주변의 시선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져 시끄럽게 한다. 미간이 찌푸려진다. 그렇게 하기를 20여 분, 기차가 출발하자 자리에 앉더니 맞은편의 여자가 창문에 신발을 갖다 대고 비스듬히 눕는다. 매우 무례하다. 발을 치우라고 하자 상관하지 말라고 한다. 눈에 힘을 주자 신경이 쓰이는지 자이푸르 가는 동안 가끔씩 창틀에 발을 대긴 해도 조심하는 눈치다. 무례한 사람들이다.

기차가 출발하자 중간 역에서 탑승한 뚱뚱한 인도 여인이 자신의 몸집만큼 커다란 짐과 함께 통로를 겨우 지나가자 그들은 깔보는 듯 눈빛으로 서로 쳐다보면서 낄낄댄다. 하나도 웃긴 것이 없었는데 늙은 백인 남자는 여인이 안 보일 때까지 쳐다보면서 더 낄낄거린다. 침략과 학살의 사죄는 하지 않고 추잡한 족속이라고 했던 처칠의 말이 떠오른다. 가는 내내 불쾌하다.


1시부터 아그라 포트 역에서 기다렸는데 거의 9시가 되어 자이푸르 비나약 게스트 하우스(Vinayak Guest House)에 도착했다.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렸다. 체크인을 하고 곧바로 시티은행 ATM을 찾아 나섰다. 잘 안다고 했던 릭샤 왈라는 지도를 보여줘도 헤맨다. 내일 다시 찾을 수밖에 없다.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 환전해 주겠다는 한국인 커플이 게스트하우스를 떠나기 전에 만나야 한다. 다행히 그들은 아직 떠나지 않았고 650달러를 기꺼이 환전해 주었다. 참 고마운 사람들이다. 이제 신용카드가 없어도 충분히 귀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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