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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SIMI Aug 16. 2019

인도 여행 19. 겸손한 청년 Won과의 동행

2019. 1. 23.

푸쉬카르로 가는 기차를 놓치니 아쉽지만 갑자기 시간을 많이 얻은 느낌이다. 자이푸르는 델리, 아그라와 더불어 골든 트라이앵글로 불린다. 짧은 기간 동안 처음 인도를 여행하는 사람들이 힌두와 이슬람 문화를 흔적을 볼 수 있는 필수 코스라 여겨지기 때문이다. 

우선 자이푸르 관광의 시작점인 시티 팰리스로 가기 위해 릭샤를 잡았다. 4km가 안 되는 거리를 100루피를 부르기에 80루피를 요구하니 그냥 간다. 다시 잡은 릭샤 역시 100루피다. 흔히 1km에 10루피가 적절하다는 말이 있어 편하게 이용하려고 1km에 20루피씩 계산하여 가격을 합의했었는데 자이푸르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호화로운 18세기 궁전, 시티 팰리스 City Palace

자이푸르 관광의 시작은 도시의 중앙에 있는 시티 팰리스로 더 알려져 있는 달의 궁전 찬드라 마할(Chandra Mahal)이다. 암베르 궁전(Amber Palace)에 거주했던 자이 싱 2세(Jai Singh Ⅱ)는 무굴 제국과의 동맹으로 도시가 번성하자 늘어나는 인구를 수용하고 신선한 식수를 제공하기 위해 만든 도시가 자이푸르이다. 자이(Jai)는 승리, 푸르(Pur)는 성벽으로 둘러싸인 도시를 의미한다. 1726년에 착공하여 4년의 작업 끝에 주요 시장과 건물들을 완성하였으며, 이때 시티 팰리스가 만들어진다. 지금도 궁전에는 왕족이 살고 있으며, 그 일부가 박물관으로 개조돼 일반에게 공개되고 있다.

내부로 들어가면 정원의 한가운데에 발코니가 화려한 건축물인 무바라크 마할(Mubarak Mahal)이 있다. 베이지색 석조 건축물이지만 마치 나무를 깎아 만든 것으로 정교하고 조각되어 있다. 궁전은 19세기 마드호 싱 2세(Madho Singh II)에 의해 이슬람, 라지푸트, 유럽 양식을 적절히 조화하여 만든 시설로 외국 고관들의 리셉션 홀로 사용되었다. 내부에는 역대 왕들의 초상화가 전시되어 있으나 흥미롭지 않다. 

오른쪽의 대리석 코끼리가 지키는 라젠드라 폴(Lajendra Pol)을 지나면 왕이 일반 백성들을 만나는 장소인 디와니카스(Diwan-I-Khas)가 나타난다. 갈색에 가까운 핑크색의 높은 담벼락이 사방을 둘러싸고 있다. 디와니카스에는 두 개의 거대한 항아리 강가잘(Gangajali)이 있다. 1902년 에드워드 7세의 대관식에 참석하기 위해 런던으로 가는 마다흐 싱 2세(Madah Singh II)는 4,000L, 345kg, 1.6m의 항아리 2개에 갠지스 강물을 퍼 갔다. 객사하면 갠지스 강에 시신을 뿌리지 못할까 봐 무척 걱정스러웠던 모양이다. 항아리는 은으로 만든 가장 큰 물건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되었다고 한다. 

작은 문을 지나면 마하라자의 후손들이 거주하고 있는 찬드라 마할(Chandra Mahal)로 가는 길과 연결된 프리탐 초크(Pritam Chowk)가 나온다. 아름답게 칠해진 벽으로 둘러싸여 있고, 2층의 우아한 발코니와 수십 개의 창문이 내려다보고 있다. 리디 시디 폴(Ridhi Sidhi Pol)이라 불리는 네 개의 작은 문은 사계절과 힌두교 신들을 테마로 장식되어 있다. 북쪽 녹색 문은 봄의 가네샤, 남쪽 연꽃문은 여름의 시바-파르바티, 북동쪽 공작문은 가을의 비슈누, 남서쪽의 장미문은 겨울의 데비를 상징한다. 

다시 디와니카스의 담벼락 밑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더운 날씨는 아니지만 혼자라 별로 재미가 없고 걷기도 싫다. 동행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중에 한국인 청년이 눈에 띈다. 착해 보인다. 겸손한 청년 Won이다. 몇 마디 해 보니 그 청년도 나와의 동행을 반긴다.      


물의 궁전, 잘 마할 Jal Mahal 

시티 팰리스에 나와 입구 맞은편에서 통합 입장권을 1,000루피에 구입하였다. 암베르 성(Amber Fort), 잔타르 만타르(Jantar Mantar), 알버트 홀(Albert Hall Museum), 하와 마할(Hawa Mahal), 시소디아 라니 카바그(Sisodia Rani ka Bagh), 비디야르 바그(Vidyadhar Bagh), 이살라트(Isarlat)를 이틀 동안 이용할 수 있다. 

Won과 함께 우선 잘 마할로 갔다. 잘 마할은 가뭄에 대비하여 축조된 만 사가르(Man Sagar) 호수에 1799년 자이싱 2세가 그의 부인들을 위해 건축한 물의 궁전으로 알려져 있다. 넓은 호수에 떠 있는 듯한 두 채의 고풍스러운 궁전 위에 수많은 사다새들이 앉아 있는 광경이 볼 만하다. 광장에는 아이의 손을 잡고 나들이하는 가족들이 평화로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자이푸르의 자랑, 암베르 요새(궁전)  Amber Fort(Palace)

릭샤를 타고 북쪽으로 10여 분 가니 산등성이에 갈색의 웅장한 성채가 보인다. 라자스탄 구릉 요새(Hill forts of Rajasthan)의 하나로 「2013년 UNESCO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는 암베르 요새이다. 만 싱(Man Singh)에 의해 1592년에 건설되어 자이싱 2세가 시티 팰리스로 옮기기 전에 사용했던 궁전이다. 

요새까지 길고 가파른 성벽으로 된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면 얼마 지나지 않아 거대한 요새의 군대 사열 광장인 자렙 초크(Jaleb Chowk)로 들어설 수 있다. 자렙 초크는 코끼리가 드나드는 해의 문(Sun Gate) 수라이 폴(Suraj Pol)과 지프가 이용하는 달의 문(Moon Gate) 찬드라 폴(Chandra Pol)이 연결된 광장으로 높다란 담벼락으로 둘러싸여 있다. 사기충천한 병사들, 말과 코끼리로 광장을 가득 메운 400여 년 전의 요새를 상상하니 볼리우드의 한 장면이 스쳐 지나간다. 코끼리 투어는 아침 7시부터 10시까지라 수십 마리의 코끼리 행렬을 볼 수 없어 아쉽다.

정면의 높다란 돌계단을 올라 디와니암(Diwan-I-Aam)이 있는 마당에 도착하였다. 왕의 공식적인 접견 장소인 디와니암은 삼면이 열려있는 구조다. 왕은 이곳에서 백성들의 의견을 듣거나 민원을 처리하면서 그들의 의견을 정치에 반영하고자 노력했다고 한다. 저 멀리 앞쪽으로 마오타 호수(Lake Maota)와 케사르 카아리 정원(Kesar Kyari Garden)이 앞산 능선을 따라 길게 지어진 산성의 성벽과 어울려 매우 운치가 있다. 

디와니암의 오른편에는 매우 섬세하고 화려한 색채의 가네샤 폴(Ganesh Pol)이 있다. 벽에는 가네샤와 식물들이 아름답게 장식되어 있으며, 3층의 수하그 만디르(Suhag Mandir)의 구멍 뚫린 벌집 모양 창문은 디와니암을 보고 있다. 가네샤 폴을 지나 내궁으로 들어가니 이슬람 방식의 차하르 바그 형태로 만들어진 쾌락의 정원(Aram Bagh)을 사이에 두고 디와니카스(Diwan-i-Khas)와 쾌락의 방인 수크 니와스(Sukh Niwas)가 마주 보고 있다. 

정원의 왼쪽 건물인 디와니카스는 왕이 관리들과 정사를 의논하고 외국 사신을 접견했던 곳이다. 디와니카스의 1층은 왕과 왕비의 침실인 자이 만디르(Jai Mandir) 또는 거울의 궁전이라고 불리는 쉬시 마할(Shish Mahal)이 있다. 내부 벽은 화병과 꽃을 모티브로 유리 모자이크와 상감 세공으로 장식되어 있다. 볼록한 모양의 거울들은 촛불 아래서 더 밝게 빛날 수 있도록 디자인되었다고 한다. 어둠 속의 촛불 하나가 수천 개의 거울 조각을 통해 반사되면 천국인 듯 황홀했을 듯싶다. 예술적 완성도가 매우 높고 정교한 쉬시 마할은 쾌락의 정원과 더불어 충분히 힌두와 이슬람 건축의 완벽한 결합이라고 평가받을 만하다. 

맞은편의 수크 니와스는 왕이 여름철에 거주하던 곳이다. 지붕에 설치된 탱크의 물을 바람으로 식혀 건물의 수로를 통해 흐르게 설계하여 내부를 시원하게 하였으며, 그 물은 쾌락의 정원으로 흘러들어 정원의 생명수가 되었다. 자연을 이용하여 여름을 시원하게 유지하였던 수백 년 전의 에어컨 시스템이 놀랍다.

왕족들이 생활하는 공간인 2층의 자스 만디르(Jas Mandir)를 거쳐 궁전의 옥상으로 오르니 쾌락의 정원뿐만 아니라 요새 주변 마을들, 그리고 북쪽의 험준한 산등성이를 따라 길게 쌓아 올린 성벽과 정상에 우뚝 솟아 있는 승리의 성, 자아가르 포트(Jaijarh Fort)가 한눈에 들어온다. 엄청난 규모를 가진 천혜의 요새다. 누구든지 이 어마어마한 광경을 보았다면 암베르 요새를 침략할 마음을 갖지 못했을 것이다. 시원한 바람에 가슴속이 뻥 뚫린다. 

왕실의 여인들이 살았던 제나나(Zenana)로 가는 좁은 통로에는 시원한 바람이 들어온다. 찬 공기가 아래로 내려오는 성질을 이용하여 경사지게 설치한 창살 때문이다. 제나나는 주방이 딸린 아파트 형태의 방으로 만들어졌으며, 왕이 어떤 방을 방문했는지 다른 여인들이 알지 못하게 통로가 설계되었다고 한다. 마당의 가운데에는 왕실 여인들이 회의를 하거나 쉬는 용도로 사용되었다고 하는 정자 형태의 바다나리(Badanari)가 있다. 풀 한 포기 없는 돌바닥에서 맞은 여름은 꽤나 더웠을 것 같다. 쾌락의 정원이나 아그라 성의 포도 정원처럼 녹음이 없는 것이 아쉽다. 

Won과 함께 라지푸트의 영화가 성안 곳곳에 살아 숨 쉬는 암베르 요새를 나와 앨버트 홀 뮤지엄으로 향했다. 나하가르 요새를 가고 싶었지만 걷기에 너무 먼 거리이다. 처음부터 릭샤를 이용하여 1일 투어를 하는 것이 좋을 뻔했다.      


비둘기의 천국, 자이푸르 중앙 박물관 Jaipur Central Museum

1876년 자이푸르를 방문한 에드워드 7세의 이름을 따서 앨버트 홀 뮤지엄(Albert Hall Museum)이라고 부른다. 힌두와 이슬람 건축 양식이 복합된 스타일인 앨버트 홀은 꽤 인상적이다. 건물 양쪽과 중앙에는 차트리, 벽은 이슬람풍의 아름다운 조각으로 장식되어 있다. 특히 건물의 난간은 시티 팰리스의 무바라크 마할처럼 나무를 정교하게 깎아 만든 듯이 매우 세밀하고 화려하다. 앞뜰에서는 인도가 1950년 1월 26일 영국 연방 자치령에서 벗어난 날을 기념하는 공화국의 날(Republic Day)을 준비하는 군악대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앨버트 홀 위로는 쉴 새 없이 충분히 천 마리가 넘는 비둘기들이 떼를 지어 날아다니고 있어 더 아름답게 보이기는 하지만, 비둘기의 분변으로 문화재가 훼손당하는 것이 안타깝다. 하지만 인도인들은 지극정성으로 비둘기에게 모이를 준다. 앨버트 홀 지붕 위는 비둘기의 천국, 비둘기의 화장실이다.

거의 5시가 되었다. 관람시간이 30분밖에 남지 않아 서둘러 관람하기 시작했다. 1층의 문화 금속관에는 정교한 청동그릇, 은주전자, 금접시가 전시되어 있고, 무기관에서는 검, 나이프, 투구, 창, 활 및 화살을 볼 수 있는데 그중에 황금 도금 위에 꽃 장식이 있는 아랍 단검(Arab Dagger)이 눈길을 끈다. 조각관에서는 시바, 비슈누 그리고 부처 외에도 잘록한 허리와 풍만한 가슴을 가진 여신 야크시(Yakshi)를 감상할 수 있으며, 국제관에는 네팔의 부다상, 일본의 영주 인형, 영국 도자기, 이집트의 미라, 중국의 신선상이 전시되어 있고, 세밀화관에서는 정교하게 그려진 힌두신과 왕들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2층의 전시실에는 수천 점에 달하는 보석, 상아, 대리석, 양탄자, 회화, 악기, 가구와 목제 인형, 동전, 등의 라자스탄 역사와 문화유산을 전시하고 있다. 특히, 다양한 요가 자세, 수공업자, 카스트, 라마와 크리슈나 등 인도의 독특한 삶과 종교를 점토로 절묘하게 표현한 19세기 점토 예술관은 꽤 볼만한다.     


자이푸르에서 유명한 라즈 만디르 시네마(Raj Mandir Cinema)와 라씨 왈라(Lassi Wala)가 멀지 않은 곳에 있지만 7시간을 넘게 돌아다니다 보니 이제는 지친다. 릭샤를 타니 채 5분이 걸리지 않아 극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맥도널드를 거쳐 오른쪽 모퉁이를 지나니 길 건너에 「SINCE 1944, LASSIWALA」 간판이 보인다. 하지만, 모든 라씨가 팔려 맛볼 수 없다. 

이제 어두워졌다. 집에 갈 시간이다. 무슨 인연인지 Won의 숙소는 바로 옆집이다. 오는 길에 산 탄두리 치킨과 맥주 몇 병을 게스트하우스에서 함께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역시 음식은 같이 먹어야 맛이 있다. 얼마 전에 전역을 한 후 진로를 고민하고 싶어 인도에 왔다는 Won의 앞길이 밝기를 기원해본다. Won과의 동행,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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