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추가 똥을 먹는 것(식분증)은 사람이 담배 피는 것과 같다고 강형욱 씨가 그랬다.
띵구는 가끔 똥을 먹긴 했다.
배변패드에 정확하게 배변을 했지만 집에 오랫동안 아무도 없어서 빨리 치우지 않으면 먹어버리곤 했다. 스트레스 때문일 거라고 생각했었다.
야단도 치고 꽁 쥐어박기도 했지만 강형욱 씨의 말을 듣고 나서는 그런가 보다 하면서 좀 너그러워지긴 했다.
아이구, 식후땡 하셨쎄여? 이런 분위기로.
그러나 인지능력에 이상이 생긴 후로는 일단 대소변을 못 가린다.
눈이 안 보이니까 배변패드 찾는 게 어려울 순 있는데 젊은 눈먼 강아지들을 보면 냄새로 정확하게 배변판을 찾던데 띵구는 그저 왈왈 짖으며 집안을 빙빙 돌다가 아무 데나 쌌다.
그리고 싼 똥을 반드시 처리(?)했다.
어쩌면 자기가 지금 눈도 안 보이고 정신도 약간 온전치 않은 나약한 존재이기 때문에 ‘흔적’을 없애야만 한다는 절박한 본능일지도 모르겠다.
일단 사건이 터지면 바닥에 저지레 된 것을 치우는 것도 고역이지만 그때마다 띵구를 씻기고 양치시키는 것도 일이었다.
처음엔 포털사이트의 아픈 반려동물과 사는 사람들의 카페에서 이것저것 정보를 얻어 기저귀를 만들었었다.
암컷용 기저귀의 꼬리 구멍을 좀 더 넓히고 거기에 비닐봉지를 달아서 입혔었는데 녀석이 답답한지 드러누워 비비적거리면 바로 벗겨져 버렸다. 실패…
분명 나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이 있을 터, 폭풍검색을 해서 ‘새로운 홀터 넥 개똥바지 배변자동수집 애완동물 화장실 피커’라는 긴 이름을 가진 물건을 주문했다.
처음엔 움직일 때마다 비닐봉지가 버스럭거리는 게 거슬렸는지 분명 응가 신호를 보여서 입혔는데도 그냥 주저앉아 참는 것 같았다.
그래도 내가 집을 비울 때나 식사준비 등으로 신경을 쓰지 못할 때는 입혀놨더니 익숙해졌는지 어느 날 저걸 입은 채 응가를 했다.
오!!! 저거 물건이다!
정확하게 비닐봉지 속으로 응가가 떨어진다!
안방에 있던 남편을 살그머니 불렀다.
저거 보라고! 이제 우리 좀 편해질 수 있어!
응가를 끝내면 간식을 주면서 폭풍칭찬을 하기 위해 두 부부가 숨을 죽이고 기다리는 장면이란…
그리고 우리는 빵 터졌다.
응가를 한 후 띵구는 자신의 흔적을 지우는 작업을 하기 위해 응가를 찾았는데 냄새를 좇아 아무리 뱅글뱅글 돌아도 찾아지지 않으니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꼬리 아래 비닐주머니를 달고 뱅긍뱅글 도는 모습이란… 웃프기 그지없구나.
쟤 표정봐라, 완전 어리똥절이다, 어리똥절!!
엄마 아빠가 박장대소를 하니 녀석은 더 어리둥절해했다. 영상을 남겨놓지 못한 게 아쉬울 뿐.
도대체 이게 먼 일이다냐 싶은 표정의 띵구에게서 전리품(?)이 든 비닐봉지를 떼어 처리해 주고 간식을 줬다.
세상엔 없는 게 없다. 하루하루 띵구도 나도 새로운 것들을 익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