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력이 특이하셔서요

쉰 살의 유학일기 - 준비 #2

by 히토리

“학교(어학원)에서 인터뷰를 하고 싶어 하는데 하시겠어요?”


“일본어로요? 말을 못 해서 연수를 가려는 건데 어떻게 일본어로 인터뷰를 하나요. 간단한 인사말 정도면 모를까…”


“학교에서 통역을 붙여주겠답니다. 이력이 특이하셔서 어떤 분인지 교장선생님이 직접 대화를 하고 싶어 하시네요. “


공부하기 싫을 때마다 동기부여를 할 겸 짬짬이 찾은 정보들을 모아 두어 군데의 유학원에 연락을 해놨었다.

이미 내가 갈 곳은 정해놨다. 홋카이도 삿포로.

오겡끼데스까~~~ 가 인상적이었던 영화 ‘러브레터’의 아름다운 풍광도 한 몫했겠지만 삿포로로 정한 가장 큰 이유는 일본의 습한 더위 때문이다.

유독 더위를 타서 여름만 되면 무기력과 짜증이 치솟는데 감히 더 덥고 더 습하고 더 긴 남국의 여름을 견뎌낼 자신이 없었다.

쪄 죽느니 얼어 죽는 게 낫다는 생각으로 정한 곳이 일본의 북쪽 끝 도시 삿포로였다.




나이가 많아서일지 막둥이의 입시 때문에 정해진 것 없이 뜨뜻미지근해하는 나의 태도 때문인지 두 군데의 유학원에서는 단칼에 거절당했다.

유학원 대부분이 카톡을 통해서 상담을 받았는데 한 군데에서는 30세 이하만 접수를 받겠다고 했고, 한 군데에서는 읽씹 당했다.

두루뭉술한 나의 자기소개 겸 상담 신청에 칼답으로 응해주며 긍정적인 사인을 보내준 MH유학원, 감사합니다. ㅎ

내가 원하는 조건에 맞는 어학원이 삿포로에 세 군데 정도가 있는데 그나마 거기서도 단 한 군데에서 이력서를 보내보라고 했단다.

근데 그 어학원이 딱 내가 가고 싶어 찜해놓은 곳, 삿포로랭귀지센터였다. 첫출발부터 느낌이 좋았다.

어학원에서 보내준 양식에 맞춰 대충 이력서를 써서 보냈다.

그렇지만 다짜고짜 인터뷰라니!


나이 지긋한 여자 교장선생님과 젊고 발랄한 여자 통역사 분과 함께 인터뷰를 했다.

미리 예상 질문에 대한 대답을 일본어로 적어놓았지만 언제나 예상은 보기 좋게 엇나간다. 입은 잘 떨어지지 않고 급한 마음에 모셔놓은 통역사를 활용할 정신도 없어 바디랭귀지와 일본어와 한국어를 섞어가며 나름 열심히 대화했다.

나중에는 통역하시는 분이 나의 중구난방 대답을 잘 엮어서 전달해 주기까지 했다.


왜 일본어를 공부하기 시작했는지

얼마나 공부했으며 무엇을 배우고 싶은지

경제적인 여유는 있는지

가족의 동의는 받았는지

왜 삿포로를 선택했는지

연수가 끝나면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차마 더위를 피해 삿포로로 가고 싶다고는 못했다.

그렇지만 배우는데 나이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나의 경험과 연륜이 같이 공부할 젊은 친구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나이가 있는 만큼 일본에서의 취업이나 진학은 고려하고 있지 않으며 과정을 끝내면 귀국하여 자원봉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건 미리 준비하고 여러 번 연습해서 자신있게 대답했다. 꼭 하고 싶었던 말이었으니까.

다음 날, 합격이라고 언제든 환영하다고 답변이 돌아왔다.

이게 이렇게 어영부영된다고?


“저는 지금 당장 갈 형편은 아닌데요… 나중에 제가 갈 수 있게 되었을 때 딴소리 하는 거 아닐까요?”


유학원에 물었더니 미리 다 말해두었다며, 따님의 성공적인 입시를 간절히 기원한다며 응원해 주었다.

이제 막둥이만 척하고 대학에 붙어주면 된다!

막둥아, 우리 공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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