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9월 2일 토요일
편의점 앞에 택시 한 대가 섰다.
양손에 지팡이를 짚은 다리가 불편한 손님이 편의점으로 들어왔다.
빵과 음료수와 담배를 고르고 계산을 한다.
우리 편의점은 모니터에 뜬 금액을 확인하고 손님이 결제방법을 선택해서 대금을 지불해야 한다.
이 손님은 바코드 결제를 선택하고 자신의 휴대폰에서 결제할 앱을 찾기 시작했다.
문제는 시간이 좀 지나면 이 결제방법 선택화면이 초기화되어 버린다. 그럼 다시 화면을 터치해서 결제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두 다리가 모두 불편한지 양손에 지팡이를 짚고 온 손님이 지팡이를 겨드랑이에 끼고 비스듬히 기댄 채로 휴대폰에서 앱을 찾는 모습이 위태로워 보이긴 했다.
시간이 지나 초기화가 되기 직전, 내가 잽싸게 바코드 결제 버튼을 눌러 시간을 벌어 놓았다.
그러나 앱을 찾지 못한 채 시간은 계속 흘렀고 겨우 바코드 화면을 찾은 순간 화면이 초기화되었다.
이번엔 나도 타이밍을 못 잡았다.
계산기에서 ‘결제방법을 선택해 주세요~’ 어쩌고 하는 기계음 안내가 나오자 손님이 버럭버럭 소리를 질렀다.
워낙 빠르게 버럭버럭 소리를 질러서 내가 알아들은 말은 ‘くそ(쿠소)‘밖에 없었다.
- 나중에 알아봤더니 우리말로 굳이 바꾸면 씨발 정도 되는 욕인데 성적인 표현은 아니라고 한다. -
저 쪽에서 물건을 정리하고 있던 직원과 안쪽 사무실에 있던 점장 부인이 급하게 달려왔지만 이미 상황은 종료되었고 손님은 계산을 하고 나가는 중이었다.
그 와중에 나는 해맑게 ’ 아리가또고자이마스~‘하고 있으니 눈이 휘둥그레 해진 점장 부인이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이러저러해서 그랬다고 설명해 줬다.
아마 몸은 불편하고 밖에 택시는 대기 중인데 원하는 앱이 빨리 안 찾아져서 화가 난 것 같다고.
둘 다 완전히 하얗게 질려서는 너 괜찮냐고 물었다.
“응. 괜찮아요. 내 잘못이 아닌걸요.”
내가 실수한 것도 없었고 나는 일부러 버튼을 눌러 시간까지 벌어주었는데 어쩌라고.
점장 부인은 나를 다독여주고 사무실로 돌아갔다.
내 파트너 말이 손님이 너무 심한 말로 욕을 해서 깜짝 놀랐다고 내가 괜찮아서 정말 다행이라고 좀 쉬라고까지 말해줬다.
난 정말 괜찮았다.
오히려 그 욕이 무슨 말인지 물어보고 싶었다.
알아놔야 다음에라도 누가 내게 그런 욕을 하면 받아쳐줄 거 아닌가. ^^
모르는 게 약이라는 속담을 체험한 날이다.
심한 욕설을 들었어도 타격감 1도 없었던, 그래서 얼떨결에 강심장 통배짱이 되어버린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