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가 생기다

by 히토리

2023년 9월 10일 일요일


아침에 출근하니 아직 오픈 전인 편의점 앞에 한 아가씨가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부터 새로 근무하게 된 신입 아르바이트생이라고 한다!!

야호~~ 나도 이제 후배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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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잠시 좋아했지만…

그 친구는 이미 오래전부터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잔뼈가 굵은 경력직이었다.

일한 지 한 달 밖에 안된 데다가 외국인인 내가 업무를 가르쳐 줄 형편이 아니라는 건 잘 알고 있지만 그래도 둘 다 어리바리하면서 의지할 수 있겠다 싶었는데…

내가 가르쳐 줄 수 있는 건 물건의 위치정도다.

그마저도 글자가 한눈에 들어오지 않아 더듬거리며 하나하나 대조해 보는 나와 달리 일본인인 그녀는 척 보면 척이다.

그녀는 내게 삶은 달걀을 놓을 위치를 물어보면서 말을 걸었다.


“한국인이시라면서요? 일하신 지 얼마나 되셨어요?”


“한 달 조금 넘었어요.”


“그렇군요. 잘 부탁드립니다.”


“아니에요, 저야말로… 아직 일본어를 잘 못해서 모든 게 어려워요. 잘 부탁드립니다.”


“이 물건은 어디에 놓나요?”


“여기 근처인데… 저는 글자를 읽는데 시간이 좀 걸려요.”


“아, 여기네요. 일본어 한자가 어렵지요~”


맞다. 일본어 한자는 어렵다. 그래도 나는 말하기보다 읽기가 더 쉽다.

하지만 대충 같은 한자를 쓰니까 내용파악이 좀 빠르다 뿐이지 일본식 한자를 제대로 읽는 것은 아니다.

아르바이트를 하면 언어가 좀 빨리 늘 줄 알았는데 맨날 쓰는 말만 쓰고 동료들과 대화도 안 하니까(업무 중 잡담금지라 안 하는 게 아니라 못하는 거다) 일본어가 느는 것 같지도 않다.


오늘 들어온 신입인데도 내가 못하는 손님응대를 모두 다 해줬다.

어쩔 수 없는, 당연한 일인데도 조금 속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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