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9월 19일
오늘은 미츠키랑 나랑 둘이서만 일했다.
여느 때처럼 나는 계산대에 있고 미츠키는 매장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자기 일을 했는데 갑자기 미츠키 얼굴이 하얗게 질리더니 사무실로 뛰어들어갔다.
휴대전화를 들고 나와 어디론가 전화를 하는데 표정이며 말투며 좀 심상치 않아 보였다.
하필 손님들이 좀 있어서 계산이 밀려있었는데 그걸 보고도 미츠키는 우왕좌왕했다.
손님들이 모두 빠져나가자 나한테 와서는 조용히 말했다.
“화장실에 사람이 쓰러져있어요. “
“死んだの(죽었어)?“
- 내 일본어의 한계다… -
“아뇨. 술에 취한 거 같아요.”
편의점 일에 능통한 점장의 딸이라지만 그래도 20대 아가씨가 겪기에는 무서웠는지 말도 안 통하는 외국인 알바생인 내 뒤에 딱 붙어 있었다.
화장실에 가보니 여자화장실 문이 잠겨 있었다.
내가 노크를 하고 내 뒤에서 미츠키가 말을 걸었다.
나는 말을 못 하니까. 인어공주도 아니고… 웃프도다. ㅜㅜ
문 열어보세요, 구급차를 불러줄까요?
어떤 남자가 잔뜩 혀 꼬부라진 소리로 괜찮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문은 열지 않았다.
한 15분쯤 뒤에 점장 부부가 출근했고 그 사람을 끌어내서 집에 가라고 내보냈다.
몸도 제대로 못 가눌 정도로 취한 남자는 두어 번 더 매장으로 들어와 바닥에 주저앉는 등 진상을 부리더니 어디론가 비틀비틀 가버렸다.
미츠카 말이 아마도 저 사람이 어젯밤에 화장실로 들어가 잠들어있는 걸 모른 채 알바가 퇴근한 것 같다고 한다.
아침에 화장실 문이 계속 잠겨 있길래 열쇠로 열어보니 사람이 쓰러져 있었다고.
하긴 내가 아침에 문 열고 난 후 계속 계산대 앞에 있었는데 저 사람이 들어가는 걸 보지 못했으니까.
날이 안 추워 얼어 죽지 않은 게 다행이네.
미츠키는 처음에 얼마나 놀랐을까?
그래도 그 사람과 잠긴 화장실 문 앞에서 실랑이할 때 어느새 화장실 문에 ‘고장’이라고 급하게 써서 붙여놨더라.
다른 손님이 화장실을 쓰려다가 놀랄까 봐 얼른 써 붙였단다.
그녀의 프로의식 대단하다!
마음이 급하니까 일본어가 막 나왔다.
나도 모르게 무슨 소린지도 모를 말을 마구 뱉었는데 신기하게 미츠키도 그 말을 다 알아들었고 나도 그녀의 일본어를 다 알아들었다.
일본에 온 뒤로 제일 많은 대화를 제일 빠르게 말한 날 같다. 돌아서니 무슨 말을 했는지는 하나도 모르겠지만.
다행히도 그 남자가 얌전히 잠만 자고 나가줘서 내가 화장실 청소를 안 해도 되었다.
나보고 화장실 청소하라 그랬으면 특별수당을 왕창 청구했을지도 모른다, 아니, 때려치웠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