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0월 1일 일요일
편의점 알바를 시작하고 두 달을 꽉 채웠다.
이제 어지간한 업무는 거의 다 해내는 것 같다.
하지만 아직도 버벅대는 일이 있으니, 담배…
그러니까 일본의 숫자 읽기가 아직도 잘 안된다.
천천히 또박또박 말하면 다 알 수 있지만 모든 손님들이 그렇게 친절하게 말해 주지는 않는다.
마스크를 쓴 사람도 많고, 편의점마다 담배번호가 다른지 나랑 같이 헤매는 사람도 많고, 다짜고짜 담배 이름만 말해놓고 나 몰라라 하는 사람도 있고…
내 딴에는 숫자를 빨리 캐치하는 방법으로 손님이 번호를 말하면 허공에 손가락으로 숫자를 쓰면서 눈으로는 담배를 찾는 나름의 노하우를 찾아내기도 했지만 매번 단번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오늘도 담배 때문에 조금 힘들었으니…
몸이 불편해 보이는 60대 정도의 남자가 들어와 담배를 주문했다.
장애 때문인지 발음도 어눌한 데다가 마스크까지 하고 있었다.
번호로 말해 달라고 부탁했는데도 들은 척도 안하도 담배 이름만 툭 말하고는 서있기 힘든지 쪼그려 주저앉아버렸다.
내 귀에는 ‘피스롱구’로 들렸다.
광복절 담배 할배가 맨날 사가는 Peace 담배 짧은 거 ‘쇼토피스’의 자매품(?), 긴 Peace를 꺼내줬더니 아니란다.
주저앉은 채로 머라 말하는데 도무지 못 알아듣겠더라.
나 외국인이라 일본어 잘 모르니까 번호로 말해달라 하니 그제야 200번이란다.
フィリップモリス(휘릿푸모리스)
필립모리스… 하아…
피스롱구와 헷갈릴만하지 않나? ㅜㅜ
필립모리스로 오류가 나서인지 그 이후로 내내 버벅거렸다.
서른 전후의 남자가 담배를 달라 했는데 또 잠깐 헤매었다.
’에노쥬니방(A-12)’인데 순간 멍해져서 동작 그만 상태로 있으니까 손님이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담배를 건네자 그는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웃으면서 말했다.
“일본어 숫자가 어렵지요? 그래도 처음보다 많이 익숙해지셨네요. 힘내세요~“
짙은 선글라스를 껴서 눈을 보지는 못했지만 웃을 때 덧니가 참 매력적이었던 젊은이였다.
내 기억엔 없지만 처음 일할 때 무지하게 헤매던 나를 보았었을까, 다정하게 건넨 말에 순간 마음이 뭉클했다.
그 남자의 다정함이 전해진 건지 그 뒤에 온 할아버지는 나와 같이 숨은 그림 찾기 하며 ‘차이로뽀이(갈색)‘ 담배를 찾아줬다.
아쉽다, 내가 편의점 주인이었으면 그 젊은이에게 커피 한잔 공짜로 줬을 텐데!
다정함에는 힘이 있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 다정한 말을 할 수 있다.
나도 다정한 사람이 되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