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서울에서 큰 딸이 다녀가느라 알바를 쉬었었다.
잠시나마 쉬었다가 다시 새벽에 일어나 나가려니 어찌나 가기 싫던지…
날씨까지 서늘해지니 새벽일이 더 재미가 없다.
일본이라고 다를 바 없이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이다. 노가다도 있고, 노숙자도 있고, 양아치도 있고, 싸가지도 있다.
일본에 관광을 왔을 때는 보이지 않던 뒷모습들이 여기에 살면서 눈에 보인다.
허름한 노숙자 차림의 건장한 남자가 들어와 담배를 찾았다.
마스크를 썼는데도 코를 찌르는 듯한 냄새가 훅 들어왔다.
순간 냄새 때문에 아찔해져서 담배 숫자를 못 들었다. 그가 다시 말해줬는데 이미 내 뇌는 고장 났다.
(망할 놈의 담배. 저주할 지어라!!)
오늘 내 파트너 타카타 군이 얼른 꺼내줬다.
말귀 못 알아듣는 내가 짜증 났는지 그 남자가 앞으로 몸을 쑥 내밀며 내 가슴에 달린 이름표를 봤다.
한바탕 진상을 부리려는 느낌에 쫄았는데 내가 외국인인 걸 알았는 모양이다.
“日本人じゃない? 일본인이 아니네? “
갑자기 중국어로 막 화를 냈다.
내가 나 중국인 아니다 한국인이다라고 했더니 돌변하여 한국어로 말을 걸어왔다.
“우리 아버지 김일성!”
에? 아, 네~~ 그분 아직도 유명하시네요. 허허
나이는 내 또래 같아 보이는데 김정은, 김정일도 아닌 김일성이라니.
국제정세에 대한 상식을 좀 업그레이드하셔야겠네.
내가 어색하게 얼버무리며 대꾸하자 본격적으로 들이대기 시작했다.
일본어로 한참 머라 머라 하다가는
“홋카이도는 북해도, 도쿄는 동경.”
“아, 맞아요. 한국어 잘하시네요. “
“(일본어로 머라 머라~) 우리 아버지, 김일성. 제주도 살아. “
이건 또 무슨 전개냐…
당신이 말하는 김일성이 내가 아는 김일성과 다른 사람인가?
제주도 주민 김일성 씨 아드님, 이제 나가주세요.
이 남자는 매장 밖으로 나가지도 않고 다른 손님 계산할 때 비켜서서 기다리다가 손님이 나가면 또 와서 일본어로 떠들다가 내가 반응을 안 하면 한국어를 한두 마디 툭툭 던졌다.
그 와중에 한국어 발음은 어찌나 정확한지.
누가 일본인은 받침을 발음 못 한다 했는가, 이 남자는 끝까지 완벽한 발음으로 ‘안녕’이라고 하고 갔다.
K 드라마에 빠진 신민아 팬 아줌마나 오늘 만난 김일성 씨 아들이나 혼자 습득한 한국어를 이리도 잘하는데 내 일본어 숫자 능력은 왜 안 늘어나는 걸까?
내가 일본 숫자에 익숙해지기보다 담배를 없애버리는 게 빠를 것 같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