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륵이 살아가는 법
1. 우리 부서는 일명 '계륵'이다.
계륵. 그다지 가치는 없으나 버리기에는 아까움.
꼭 필요한 부서이며, 시답잖은 일을 처리하기 좋은 만만한 부서.
부서장에 만만한 사람이 앉혀지고 나니, 더욱 만만해진 부서.
언제부턴가 속에 화가 많아지는 걸 느끼고 있었는데
오늘 임원과 대화를 하면서 그 부분을 지적받았다.
<너는 대화를 할 때 맘에 들지 않는 상황이 오면 감정을 싣고 목소리가 커지는 경향이 있어.>
울컥울컥 넘쳐흐르는 감정을 삼킨다고 삼켰는데
새어 나온 그 감정들이 요동쳐서 결국 화의 형태로 발산되었나 보다.
나조차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렇지 않나요...? 반박하고 싶었지만
이곳은 회사이고, 윗분이 그 부분을 고치라고 말하고 있고, 나도 어느 정도는 동의하는 바였다.
2. 내가 밟지 않으면, 밟히는 거야.
회사생활의 잔인함을 표현해 준 임원의 그 말이 내내 기억에 남아있다.
결재 때마다 깨지고 오는 부서장에게 오늘은 왜 혼나셨나요? 라고 물은지도 꽤 된 것 같다.
그럴 때 부서장은 나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분통을 터트렸고
가끔은 맞장구를 쳐주고, 쓴소리랍시고 어쭙잖은 소리도 하곤 했다.
가재는 게 편이라고
같은 부서 사람이니까 그래도 같이 욕하고 편들어주게 되더라.
터무니없는 이유로 깨지고 온다고 생각하게 되니까
그냥 막연히 우리 부서가 미움받는 줄로만 알았다.
계륵이니까. 그러니 미워하겠지.
그렇게 몇 개월 동안, 남을 향한 미움에 괴로워하다가
오늘 임원과의 면담에서 터트렸는데
<너는 너의 부서 사정만 알고, 너희 부서 얘기만 들을 거 아냐.>라는 말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허를 찔린 느낌.
맞아, 나. '우리 부서'라는 우물 안에 있었지.
내가 아무리 조그마한 창문으로 밖을 열심히 쳐다보는, '소식통'이라는 소리를 듣는 직원이라지만
내가 보이는 건 그 조그마한 창문 사이즈뿐이잖아.
맞아, 그랬었지.
그제야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렸다.
제 시야가 좁았던 것 같습니다, 라는.
3. 무언가를, 그리고 누군가를
싫어하고 미워하는 건 너무 힘든 노동이다.
그저 나를 위해서
오롯이 나를 위해서
더욱 관대한 마음을 가져야겠다.
옳고 그름을 따지기 위해 바득바득 따지지 말아야겠다.
내가 틀릴 수도 있다. 그냥 그렇게 흘려보내야겠다.
이것은 올해도 살아내기 위한 스스로의 새해 다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