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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희의 딸 Sep 03. 2019

7. 저녁이 있는 삶을 꿈 꿨는데!?

겨울 스키어들의 천국인 휘슬러-블랙콤 산. 여름에는 산악자전거를 즐기거나 휘슬러 빌리지를 둘러보려는 관광객들로 가득찬다. 여름 숙박비가 겨울보다는 약간 싸다.  


    캐나다하면 우선 자연이 떠오른다. 맑은 공기, 멋진 산이 있다. 치즈나 소세지 등 외국음식도 자유롭게 사먹을 수 있을 것 같다. 캐나다 AAA 청정소고기도 흔하게 먹는다. 아이들과 캠핑을 하거나 도처에 널린 호수로 여행을 떠날 생각에 마음이 부푼다.


    그렇게 자연을 누리면서 저렴한 비용으로 여가생활을 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누군가의 희생이 필요하다. 배관기술과 타일공사 실력이 뛰어난 K씨도 가족 네명과 함께 캐나다에 왔을 때 여유로운 생활을 꿈꿨다. 한국보다 좀 더 적게 일하면서도 인건비가 비싼 만큼 시간이 지날수록 경제적으로 자리를 잡을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다. 실제로 집이나 건물 건축, 인테리어와 관련된 기술은 한국인이어도 각광받을 수 있다. 문제는 그럴 만한 신분, 영주권을 얻을 때까지는 쉽지 않다는 점이다. 

 

    한국인이 만든 회사에서 팀제로 일했는데 주 5일이던 근무시간은 주 6일로 늘어나기 일쑤였다. 처음 서로 이야기한 급여는 얼추 맞았지만, 근무시간이 계약서보다 길었다. 예를 들면, 8시간 일하고 받기로 한 돈이었는데 실제 작업시간은 10시간 걸리는 식이다. 야간수당과 휴일수당을 캐나다 법처럼 받을 수는 없었다. 영주권 지원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일일이 다 따질 수가 없었다고 한다. 딸들과 놀러나가고 싶지만, 한국보다 오히려 늦게 귀가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차가 없어서 부정기적으로 오는 버스로 귀가하다 보면 더욱 그러했다. 

 

    ‘이민 1세대가 다 누리려고 하면 안 된다. 내가 희생해야 아이들이 덕을 본다’고들 이민온지 수십년 된 사람들은 말한다. 쉽게 자리를 잡은 이민 2세대들은 그들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고생을 미리 했기 때문에 조금 더 수월하다. 어렸을 때 캐나다 학교를 다니면서 영어도 더 많이 배울 수 있었고, 쉼 없이 자영업을 해낸 부모들이 있어서 경제적으로도 나아진 환경을 얻을 수 있었다.   

 

    서비스업일 경우, 남들에게 놀러가기 좋은 날은 근무시간이 긴 날이다. 금, 토, 일처럼 사람들이 외식을 하거나 쇼핑을 가는 날, 멀리 여행을 가는 날이 ‘대목’이기 때문이다. 식당의 경우 밤 9시까지만 연다고 해도 직원들은 뒷정리하고 정산하고 밤 10시 정도에나 퇴근할 때도 많다. 

 

    영주권 때문에 한식당에서 2년 동안 일한 C씨는 허리 치료를 받고 있다. 병원에 가서 직종을 말하지도 않았는데 의사는 알더란다. “식당 일 좀 쉬셔야 증상이 호전되겠다”고 말했다. ‘어떻게 제가 식당에서 일하는지 알았냐’고 했더니 식당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특히 아파하는 부위가 있고 했다. C씨는 일을 쉬고 싶지만 쉴 수가 없었다. 영주권 심사의 마지막 단계에 이민심사관은 고용주에게 전화해서 확인을 받는 경우가 많다. “OOO은 지금 일을 잘 하고 있지요? 앞으로도 그곳에서 일한다는 지원서 내용은 사실이지요?” 캐나다 영주권만 따고, 경제적 능력이 없다면 캐나다 정부로부터 실업급여나 자녀보조금만 타내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캐나다 정부도 일을 계속하는지 여부를 중요하게 본다. 물론 영주권을 따자마자 일을 그만두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다. 

 

    고용주가 가장 필요로 하는 시간, 요일에 장시간 일하다보니 몸이 병이 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고용주 잘못만도 아니다. 한인 고용주들은 그 누구보다 자신이 길게 일하고, 아파도 쉬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10~20여년 전 미리 와서 캐나다 사회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한식당에서 일하는 J씨는 귀가 너무 아파서 만성적인 중이염을 앓는다. 음식 냄새를 빼는 후드에서 나오는 진동소리와 소음 때문에 귀가 계속 아프다. 2년 정도는 일해야 되는데, 귀가 아플 때마다 귀마개를 하거나 진통제를 먹을수 밖에 없다. 

 

    캐나다에서의 ‘여유로운’ 여가생활을 꿈꿨다면 접어야 한다. 만약 한국에서 큰 돈을 마련해서 왔다면, 차도 사고 돈 걱정 없이 멀리 여행도 갈 수 있다. 하지만 돈이 없어서, 또는 남들 노는 날에 놀지 못해서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오히려 줄어든 경우도 있다.

 

    이민생활은 하나를 내줘야 하나를 받는다. 기러기 가족이라면 캐나다에서 나머지 가족들은 경제적 여유가 있을지 모르지만, 아빠 얼굴을 잘 못보고 산다. 굳건했던 가족도 기러기 생활이 길어지면 흔들리는 경우도 많다. 가족이 몽땅 온 경우라면 한국 같지 않은 돈벌이에 손이 오그라든다. 누군가 한 명은 장시간 일하면서 영주권과 돈을 위해 버텨야 한다. 공짜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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