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성희의 딸 Sep 03. 2019

8. 이주공사가 말해주지 않은 것(1)

캐나다 정부를 속여야만 한다.

30대, 40대 한국인 부모들은 한 번쯤 '나와는 달리' 내 자녀들이 외국학교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며, 글로벌 인재로 큰 기회를 얻기를 바란다. 그래서 이민을 꿈꾼다.  

처음 가볍게 시작하는 ‘불법’의 첫 단추


    나는 캐나다라는 나라가 두 팔 벌려 이민을 받아들여 준다고 생각했다. 하도 캐나다 언론에서 외국 이민자가 물 밀 듯 들어온다고 하고, 캐나다 정부도 고령화나 인구감소에 대비해 조건 되는 외국인들은 많이 받아준다고 공공연히 나왔기 때문이다. 취업비자(워크퍼밋)를 캐나다 정부에서 ‘흔쾌히’ 내주는 줄 알았다. 

 

    그런데 시간이 걸려 워크퍼밋을 받아보니, 이 기나긴 과정이 되도록 캐나다 사람을 쓰도록 유도하고, 고용주로 하여금 채용을 포기토록 하는 과정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우선 고용주는 약 6주에 걸쳐 캐나다 정부가 권장하는 구직 사이트(National Job bank)에 성실하게 구직 광고를 내야 한다. 이 기간 동안 캐나다 시민이나 영주권자가 지원서를 내면 되도록 그들에게 인터뷰 기회를 줘야 한다. 설사 한국의 이주공사의 소개로 이미 한국인 고용주가 찜해놓은 한국인 근로자가 있다고 해도 말이다. 가짜로 구직 사이트에 공고를 올리고 뽑는 척만 하는지 가려내려고, 캐나다 공무원이 암행어사처럼 지원서를 내거나 고용주에게 전화를 해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광고를 올린 지 6주 정도 지나고 고용주가 LMIA(고용성평가) 요청을 하면, 캐나다 정부는 이를 심사한다. 


    한 마디로 ‘오랫동안 내가 캐나다 사람을 고용하려고 애써왔지만 도무지 이 직종 상 구하지 못했는데 한국에서 온 아무개가 정말 적합한 경력을 갖고 있고 이 사람을 뽑고 싶다’는 취지로 신청하는 것이다. 

 

    서류를 바탕으로 캐나다 정부가 심사하다가 고용주에게 전화로 인터뷰 약속을 잡고 몇 가지 질문을 한다. 10분 내로 끝날 수도 있고 1시간씩 심층적으로 묻기도 한다. 정말 뽑으려는 사람이 아니고서야 영어로 이 인터뷰를 하는 것 자체가 한인 고용주들에게는 부담이다. 이렇게 광고기간부터 LMIA 서류까지 나오는데는 속행으로 진행되는 영주권용 LMIA의 경우 빠르면 두 달 걸린다. 영주권용이 아닌 1,2년짜리 워크퍼밋을 받는 경우 6개월, 또는 그 이상이 걸릴 수도 있다. 당장 사람을 써야 하는 고용주 입장에서는 그 전에 포기할 가능성이 크다. 

 

    워크퍼밋 심사관 중에는 대놓고 캐나다 사람을 쓰라며 LMIA를 반려하는 경우도 있다. 열심히 캐나다 사람을 뽑으려고 한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거나, 그 자리 직책은 캐나다 사람이 해도 되는 거 아니냐는 식이다.

 

    LMIA가 그 동안 수월하게 나왔던 변두리 지역의 모텔 매니저, 주유소 슈퍼바이저, 레스토랑 요리사는 그래도 ‘왜 캐나다인을 뽑을 수 없고 외국인을 써야 하는지’ 캐나다 정부를 쉽게 설득할 수 있었다. 특히 한국에서 요리사를 했다거나 미용사로 오래 일한 사람이 온다면 논리적으로 말이 된다. 

 

    그런데 갑자기 한국에서 사무직이나 전문직을 하다가 업종을 전혀 다른 것으로 바꿔서 지원자가 ‘초보’인데 캐나다 와서 하겠다고 하면, LMIA를 받을 때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이민심사관의 의심을 거두기 위해서 가짜 경력서를 만들어 낼 때도 있다. 이주공사에서는 “김밥집이나 카페나 아는 사람 통해서 일한 것처럼 경력서를 한 장 마련해와라”고 요구한다. 쿡으로 일한 경력이 없는데 가짜로 경력을 만들어서 제출하는 사람도 있다. 이렇게 큰 죄책감 없이 서류를 한 두 장 위조하면, 마음이 찜찜하다. 캐나다 공무원들은 처음에는 바보같을 정도로 사람 말을 믿어주지만, 도중에 거짓말을 한 번 한 것이 들통나면 그 이후로는 아무 것도 믿어주지 않는다. 거짓말과 허위진술(misrepresentation)은 캐나다에서 큰 죄다.

 

    거짓말은 이 LMIA를 받기 전부터 시작된다. 원래는 워크퍼밋이 나올 때까지 돈을 받고 일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고용주 입장에서 갑자기 한국에서 오는 사람의 무엇을 믿고, 보증을 서주겠는가. 최소한 석달은 써보고 LMIA를 신청하자고 하는 것이 쌍방간에 당연한 일일 것이다. 원칙적으로는 써보지도 않은 사람을 위해 LMIA라는 긴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현실에서는 캐나다 정부를 속이고 현금으로 돈을 받으면서 일을 시작한다. 관광을 목적으로 하는 6개월 체류 eta 비자를 받은 뒤, 우선 캐나다로 입국하라고 이주공사들이 권하는 이유다. 관광비자로 들어온 뒤 실제로는 일을 하고, 6개월 사이에 취업비자로 바꾸는 일이 빈번하다. 

 

    이주공사가 하는 일은 고용주가 하기 어려운 광고올리기와 서류작업을 맡는다. 고용주는 싸인과 인터뷰를 맡는다. 그리고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을 구직자가 낸다. 자신이 직접 고용주를 캐나다에서 찾으면 서류 대행료만 약 3000달러(원화 300만 원 가량) 내지만, 한국에서 이주공사를 접촉해 계약을 맺으면 비용이 천정부지로 오른다. 30대와 40대가 물정을 모르고 1000만 원~2000만 원, 많이 낸 사람은 3000만 원까지도 낸다. 이주공사의 일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다. 원래 지식, 내가 모르는 정보를 사는 비용은 당연하다. 사실 나도 캐나다에서 아무것도 모르고 조금씩 이들을 통해서 정보를 취득했다. 그래서 어느 정도 사정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한국에 있는 이주공사는 캐나다에 있는 협력 에이전시와 연결을 주로 해줄 뿐, 자신들도 캐나다 이민에 해박하지는 않다는 것을 염두에 두자. 이들의 목적은 우선 사람을 한국에서 캐나다로 보내는 것이다. 사람을 소개하고 캐나다로 보내야만 자신들에게도 수수료가 생기고 돈을 받을 수 있다. 이 지원자가 가서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는 자격이 되는지, 그럴 가능성이 매우 낮은 상황인지, 경제적으로 얼마나 한국에서 돈을 가지고 가서 버틸 수 있는지 염려하지 않는다. 갈 수 있고, 가서 잘 될 것이라고 북돋는 것이 이들의 역할이다. 


    그런 만큼 스스로 더 많이 알고, 제대로 된 질문을 이주공사에 할 수 있어야 한다. 판단은 자신의 몫이다. 결정하고 나서 후회한들 늦는다. 입금은 신중하게 하자.

매거진의 이전글 7. 저녁이 있는 삶을 꿈 꿨는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