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커뮤니티는 뭘 주나?
하드웨어인 플랫폼 공간을 완성하였다.
그럼 이 공간에서 무엇을 제공하면, 아이들이 성장할까?
우리가 제공할 것은 바로 일상의 좋은 커뮤니티다. 개별가정에서 소화하기 어려웠던 좋은 커뮤니티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기 시작하였다.
커뮤니티 기능: 좋은 정보
좋은 커뮤니티는 양질의 정보를 제공한다. 근데 이 정보는 엄청난 정보는 아니기 때문에, 유튜브 콘텐츠나 블로그로 따로 제작 공유되지는 않는다. 그저, 커뮤니티 내부에서 커뮤니티 멤버들 간에 공유된다.
대학생 시절, 동아리선배가 L사에서 진행하는 공모전에 당선되어 해외 필드트립을 다녀왔다. 그리고, 그 해외필드트립이 동기부여가 되어서, 다음학기에 캐나다로 교환학생을 다녀오고 영어실력이 급격하게 늘어난 모습을 발견하였다. 그리고, 동아리 후배인 우리는 그 과정 과정의 정보를 선배에게 들었다. 자연스럽게 우리 중에 다음 해에 공모전에 출전하는 친구들도 생겼고, 교환학생을 가는 동기들도 생겼다.
이렇게 커뮤니티 내에서 공유되는 정보들은 대단한 것 같지 않지만, 성장의 과정을 밟고 있는 이들에게는 너무나 중요한 정보이다.
지역사회: 양질의 정보가 절대 부족
다시 우리가 살고 있는 우리 동네의 중고등학생으로 돌아와 보자.
대부분의 대한민국 지역사회 청소년들이 소속되어 있는 커뮤니티는 학원, 학교, PC방. 이곳에서 공유되고 있는 정보는 어떤가?
열심히 공부해서 인서울. 공부가 제일 쉽다. 이번주 승급 전 결과....
그나마 에너지가 있는 소수의 부모님들이 새로운 교육프로그램, 공간들을 찾아서 우리 아이에게 정보를 제공한다. 하지만, 이 역시 한 달에 1번 마련하는 것도 버겁다. 결국 6년간 학원/학교/PC방이라는 커뮤니티에서 열악한 정보만 노출된다면....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 가는 것"이 최고의 목표가 될 수밖에 없다.
양질의 정보 제공 결과
우리가 제공한 첫 번째 커뮤니티 기능은 "양질의 정보"였다.
우리 공간(플랫폼)에 방문하는 친구들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했다. 부모님이 찾기 어려웠던, 지역사회 숨어있는 친구들이 이용할만한 공간. 친구들이 참여할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프로젝트 등.
단순히 정보를 전달한 것만 아니라, 정보를 이해하고, 어떻게 참여하면 좋은지, 참여하면 무엇이 이득인지도 자세히 알려주며, 마치 동아리 형이 나에게 했던 것처럼 전달했다.
그리고,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우리 공간에 거의 매일 와서, 빵빵한 와이파이로 핸드폰을 보면서 누워있던 친구들에게 "소셜벤처 경연대회"를 알려주었다. 친구들과 팀을 이뤄, 우리 주변에 문제를 발견하고, 함께 해결하는 프로젝트를 하는 대회. 물론 상금에 혹 해서, 프로젝트는 시작되었다.
친구들과 함께 자신 주변에 있는 문제를 탐구하였고, 약 3개월의 프로젝트 여정을 통해서... 고용노동부 장관상을 받게 되었다(*상금 300만 원은 우리 고기 사주고, 팀원 3명이서 N빵 했다)
그리고, 2년 뒤에 다른 친구가 전국대회 우승과 500만 원, LG모니터를...
그리고, 그다음 해에는 다른 남자친구가 서울대회 우승을...
이렇게 우리 공간(플랫폼)이 없었다면, 접할 수 없었던 정보를 일상에서 접하게 되었고, 지속적으로 다음 친구들이 시도해 보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었다. 마치 선배의 경험을 토대로 후배들이 공모전과 어학연수를 도전했던 것처럼..
이렇게 좋은 커뮤니티의 기능 1. 좋은 정보는 검증할 수 있었다.
번외: 우승자 친구들은 어떻게 되었나?
감사하게도, 우리 공간에서 다양한 정보를 접하고, 대회에 도전했던 친구들과 지금도 가끔 소식을 나누고 있다. 이들은 이제 대학생이 되었다.
우리의 정보공유의 첫 열매였던, 상금 300만 원을 탔던 친구들.
우리가 고용부장관상을 타고나서 몇 주 후, 어떤 어머님이 음료수를 사서 공간에 방문하였다. 그리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우리 OO이가 (중3이) 담배도 피우고, 맨날 엎드려 자고, 의욕이 없었는데... 갑자기 적극적으로 바뀌었다. 뭔 일이 있었나 했는데... 이곳이 있었다. 감사해요..." 머 이런 이야기였다.
이 친구는 그때 이후, 특성화 고등학교에 진학했고, 학교 전교회장도 하였다. 그리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에 진학하여 학교 모델을 하였고, 현재는 군복무 중이다. 몇 년 전 내가 결혼할 때 모르는 분이 축의금을 보냈었는데, 알고 보니 이 친구의 어머니셨다. 5년이 지났는데도 기억하시고, 감사의 마음을 표현해 주셨다. 큰일이 아닌, 그저 공간에 온 친구들에게 정보를 열심히 공유했을 뿐인데... 친구의 인생에 많은 도움이 되었나 보다.
두 번째 전국대회를 우승했던 친구. 이 친구는 특성화고등학교에서는 성적이 제일 꼴찌라서, 무조건 취업반 1순위였고, 취업반에 속해 있었다. 하지만, 전국대회를 우승하면서, 디자이너에 대한 꿈이 생겼다.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서는 취업이 아닌, 진학을 해서 더 공부해야 한다는 결론을 얻게 되었다.
스스로 자신의 내신을 확인하고(메타인지), 오직 포트폴리오만 보는 디자인학과 전형을 찾아내었다. 그리고, 1년간 포트폴리오를 준비해서, 합격하였다. 그리고 지금은 실력 있는 디자이너로 잘 살고 있다.
작은 성공의 경험
두 친구의 성장을 보며, 어른으로 이들을 지켜보고 있으면, 성인이 되어서도,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자신의 일은 책임감 있게 처리하며 잘 살 것이 보인다. 소위 말하는 생존능력을 갖추게 되었다. 사실 부모님들이 교육을 열심히 시키는 이유도, 자녀의 생존능력 때문이다. "우리 아이가 사회에 나가서 인정받고, 잘 살았으면.." 하는 지극히 당연한 부모의 마음. 이들은 어떻게 이 생존능력을 갖추게 되었을까?
내가 봤던 장면은 작은 성공의 경험 때문이었다. 이들은 공부를 잘하지 않았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특히 중고등학생이 공부 말고 다른 것으로 칭찬받을 일이 있을까? 거의 없다. 결국 대부분의 청소년들은 성공경험이 없는 상태로 성인/대학생이 된다. 그리고, 거기서부터 성공의 경험을 쌓아간다.
하지만, 이 친구들은 그 성공의 경험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오 나도 되네", "나도 할 수 있구나"가 생성되었다. 그 작은 성공 이후, 이 친구들은 지속적으로 시도하고, 도전하였다. 그리고 그 시도들이 실패하기도 하고, 또 다른 작은 성공이 되기도 하였다. 그렇게 그들의 생존능력을 형성되어 갔다.
그렇게 우리는 "작은 성공의 경험제공"이라는 또 하나의 교육적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