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교육과 관련한 유튜브나 책을 살펴보면 '엄마표'가 붙지 않는 곳이 없다. 영어도 수학도. 이제는 글쓰기, 체험학습까지 그 영역이 확장되었다. 엄마가 만능이 되어야 하는 시대다. 쏟아지는 교육 정보에 혼란함을 느끼기도 전에 '내가 이런 것들을 다 챙기지 못하면 어쩌나. 내 아이만 뒤처지는 것은 아닐까?' 엄마들은 걱정부터 앞선다. 나도 그렇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생님이 전해주신 말씀처럼 엄마가 자신의 삶을 열심히 살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또 있을까?
어느 날 친구와 이야기하다가 퇴근하고 집에서 쓸 에너지를 남겨둬야 한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직장에서 에너지를 다 써버리고 집에 들어가면 아이들에게 친절한 말이 나갈 리 없다는 게 우리의 결론이었다. 뿐만 아니라 피곤한 날에는 유독 시간에 인색해진다. 그런 날에는 저녁 내내 '빨리빨리'를 입에 달고 있다. 날이 새도록 놀았던 20대의 체력은 이제 우리에게 없다. 휴대폰이 배터리 잔량을 알려주는 것처럼 워킹맘의 남은 에너지를 표시해주는 서비스가 나왔으면 좋겠다. 동료와의 수다로 5% 충전하고, 커피 한 잔으로 5% 충전되어서 집에 가기 전에 늘 에너지 20%를 채워가는 상상을 해본다.
작년에 둘째 아이가 심하게 아픈 적이 있었다. 구급차를 타고 응급실로 가는 시간이 영겁 같았다. 아이를 살려주고 나를 대신 데려가 달라고 하늘에 기도했다. 이런저런 검사를 하는 아이를 보며 아무것도 필요 없다고 속으로 외쳤다. 다 괜찮으니 그저 건강하기만 하라고 빌었다. 선생님 이야기를 들으니 아이가 무사히 깨어나기만 바랐던 그 시간이 떠올랐다. 왜 꼭 위기의 순간에만 소중한 것이 명백해질까. 정말 소중한 것은 아이의 존재 그 자체이다.
육아서나 자녀 교육서에서 빠지지 않는 키워드는 '자존감'이다. 대체 자존감이 높은 아이로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책도 읽고 관련 영상도 많이 찾아봤는데 선생님이 핵심을 짚어주셨다. 허용적인 언어 사용, 아이가 스스로 선택, 결과는 본인지 책임질 것, 아이 믿어주기! 이 네 가지만 잘 실천해도 될 것 같다. 오늘부터 당장 실천에 옮겨야겠다.
이 이야기를 듣고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의 성적에 쿨하고, 시험을 이벤트 같은 날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엄마의 사고가 "양육=교육=입시"라고 생각하면 굉장히 위험해지는 것 같다. 양육은 결코 교육일 수 없고, 교육의 목표가 입시라면 아이들은 문제 푸는 기계에 지나지 않게 될 것이다. 마음이 건강하고, 삶을 즐길 수 있는 아이로 키우는 것. 그게 내가 품고 있는 희망이다. (거기에 공부까지 잘하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앗, 욕심은 끝까지 버릴 수 없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