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일 하세요?’ 하고 물어보면 ‘기업에서 사회공헌 업무를 해요’라고 하는데, 뭐 하는 일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기업이 사회에 공헌하는 일…이라고 풀어서 말할 수 있으나 여전히 알기 어렵다. 기업은 돈 버는 일 말고도 기부나 자원봉사처럼 사회 공동체에 기여하는 일들도 생각보다 많이 한다. 삼성은 연말마다 수백억씩 기부하기도 하고 SK 구성원들은 ‘프로보노’라 부르는 직무 전문성에 기반한 봉사활동에 참여한다. 요즘은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 스타트업까지도 사회적 기여 활동을 중요시 여긴다. 그리고 이런 업무를 전담하는 이들이 기업 사회공헌 담당자다. *기업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담당자라고 하기도 하고 요즘은 ESG(Environment Social Governance) 담당자 업무에 포함되는 경우도 있다.
전경련이 지난달 발표한 ‘주요 기업의 사회적 가치 보고서’에 따르면 한 해 기업들이 사회공헌으로 지출하는 금액이 3조 원에 육박한다. (복지부 연간 예산이 100조 원 정도다.) 기업들은 이 돈으로 무얼 했을까? 금액의 절반 이상은 취약계층 지원에 사용되었고 다음으로 교육, 학술, 문화예술 분야에 지원되었다. 기업 사회공헌 담당자들은 기업 예산으로 이러한 사회적 기여 및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지원사업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역할을 맡는다.
보고서에 따르면 사회공헌 지출비용은 기업 이익 대비 1.4% 수준이라고 한다. 높다고 할 수 없지만 사업을 위한 재투자나 구성원 인센티브 등의 기회비용을 고려했을 때 적은 수치도 아니다. 또한 기업은 그 존재 자체만으로 사회공헌 활동이다. 양질의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하고 고용을 통해 구성원들의 복지에 기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기업은 왜 사회공헌을 하는 것일까. 기업도 결국 사람이 경영하기에, 사람들이 기부나 봉사를 하는 이유와 크게 다르지 않다.
첫째는 오너나 경영진의 사회기여에 대한 철학과 의지 때문이다. 환경문제 해결에 진심인 파타고니아가 대표적이다. 극소수의 사례이긴 하지만 파타고니아는 기업을 경영하는 목적이 지구를 지키기 위해서라고 느껴질 정도다. 둘째는 기업 경영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사회공헌은 기업의 이미지나 브랜드에 영향을 미치고, 고객은 물론 정부와 지역사회 등 이해관계자들과의 긍정적 관계를 형성하는데 도움이 된다. 또한 기업 구성원들의 자부심과 만족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마지막 이유는 사회적 요구와 체면 때문이다. 한마디로 욕먹고 싶지 않아서, 괜한 리스크를 만들고 싶지 않아서 사회공헌에 참여한다.
물론 기업마다 한 가지 이유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세 가지 욕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담당자는 조직이 사회공헌 활동을 추진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조직의 욕구를 해소하는데 도움이 되는 사업들을 기획해야 한다. 경영진의 철학, 글로벌 스탠더드 준수, 공익 마케팅 효과, 지역사회 관계형성, 사내 구성원 만족도 등 고려사항들이 다양하다. 기업마다 사회공헌 색깔이 다르고 목표가 다른 이유다. 기업의 여윳돈으로 기부와 봉사활동과 같이 착한 일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면 담당자로서는 실격이다. 사회공헌은 이미 기업 경영 전략의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고 있기에 이러한 맥락에서 사업을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나는 6년 전 기업 공익재단에 입사해서 사회공헌 사업을 담당해 왔다. 사회공헌 담당자라는 호칭이 썩 좋지는 않다. 기업의 직무 분류에 따른 용어일 뿐 내 업(業)의 정체성을 표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나의 일에 대해 글을 쓰면서 그 정체성을 스스로 정리해 보려고 한다. ‘나는 도대체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일까?’, 이 질문이 시작이다.
*커버이미지 출처: Unsplash의 Nathan Lem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