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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희 Apr 29. 2023

당신은 친절한 사람입니까?

<불편한 편의점> 김호연


평소에 소설을 잘 읽지 않는다. 시간의 효율을 위해 학습과 성장을 위한 독서를 우선하게 된다. 소설은 좋아하지만 순위에서 자꾸 밀렸다. 사실 <불편한 편의점>도 업무 때문에 참고자료 삼아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베스트셀러답게 나는 금세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글에는 독자의 마음을 위로하고 치유하는 힘이 있었다.



사람들의 일상이 교차되는 곳, 편의점


언제부터인지 편의점 없는 삶을 상상하기 어렵다. 24시간 누군가의 식사와 간식, 의약품과 생활용품, 택배까지 빠르고 편리하게 도와준다. 편의를 요구하는 다양한 인간군상들이 지나치고 마주치는 곳이다. 또 누군가에겐 생계를 위한 사업장이고 일터이다.


소설은 편의점이라는 일상의 공간이 가지는 사회적인 맥락을 충분히 활용한다. 사장님과 3교대 알바들의 일터이자 다양한 사연을 가진 동네 주민들이 마주치는 만남의 광장. 각각의 캐릭터와 그들의 사연이 얽히고설키며 소설의 이야기는 전진한다.   

 


문제는 사람이다


편의점이 불편한 이유는 사람 때문이다. 물건의 종류가 부족한 건 둘째 문제. 매일 드나드는 일상의 공간에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보다 불편한 게 어디 있을까. 소설의 주인공인 ‘독고’도 편의점을 불편하게 만드는 존재다. 제이에스(진상) 같은 고객은 직원들에게 불편한 존재다.


편의점만 그럴까. 가정이나 직장도 마찬가지다. 내 맘에 들지 않은 존재들이 나를 불편하고 괴롭게 만든다. 그래서 사는 게 힘들고 지친다. 불편한 가족, 불편한 직장… 그곳에서 출구 없는 인생이라 여기는 이들이 편의점에서 마주치고 삶을 나눈다.


    

손님에게 하듯


과거를 알 수 없는 노숙자 출신의 ‘독고’가 편의점에 들어오면서부터 변화가 시작된다. 그는 동료와 손님들에게 넉넉한 호의와 배려, 친절을 베푼다. 그의 친절이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위로하고 삶의 깊은 상처들을 치유한다. 그의 사소한 말과 행동에도 독자는 콧등이 시큰한다. 진심 어린 친절이 그립기 때문일까. 독고의 이 말이 기억에 남는다.


손님한테…… 친절하게 하시던데……
가족한테도…… 손님한테 하듯 하세요.
그럼…… 될 겁니다.”


우리의 불편한 관계는 많은 부분은 친절함으로, 다정함으로 해결된다. 마치 손님에게 하듯 말이다.

 


   

<불편한 편의점>은 일상의 소재를 활용한 어른들의 동화다. 동심파괴 시대, 동화가 사라져 가는 시대지만 우리는 인간 내면의 아름다움을 여전히 그리워하고 있다. 매일 만나는 가족과 동료들로부터 그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경험하길 원한다. 우리는 재미와 감동을 주는 따뜻한 소설의 주인공이 되고 싶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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