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인간> 성석제
힘들고 고통스러운 삶의 터널을 지날 때 읽은 책이다. 소설을 읽으며 잠시나마 현실을 벗어나고 싶었다. 그런데 주인공이 살아가는 이야기는 더 고통스러웠다. 삶이란 원래 이런 것인가? 삶은 행복해야 마땅한 것이 아니었나? 이런 삶을 어떻게 버텨내야 하는가? 나의 질문은 마지막 순간, 작가의 말에 닿았다.
<투명인간>은 굴곡진 한국 현대사의 터널을 지나온 '김만수'라는 한 사람과 그 가족들의 삶의 이야기다. 기이할 정도로 긍정적이며 성실하고 남을 배려하는 만수. 최고의 덕목을 갖춘 만수지만 그의 삶은 늘 힘겨웠다. 보통의 우리 삶이 그렇듯이. 그러나 거친 세월은 그를 닳고 닳게 했다. 심지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전개되는 평범한 인간들의 비극적인 삶은 나를 불편하고 고통스럽게 했다. 하지만 현실은 소설보다도 가혹하다. 내 뜻대로, 원하는대로 이루어지는 삶은 없다. 환경과 상황의 제약 속에 있는 인간 존재의 본질이 그렇다.
작가의 마지막 말은 위로가 되었다.
현실의 쓰나미는 소설이 세상을 향해 세워둔 둑을 너무도 쉽게 넘어들어왔다. 아니, 그 둑이 원래 그렇게 낮고 허술하다는 것을 절감하게 만들었다.
소설은 위안을 줄 수 없다. 함께 있다고 말할 수 있을 뿐. 함께 느끼고 있다고, 우리는 함께 존재하고 있다고 써서 보여줄 뿐.
이 소설의 첫 문장을 쓰기 시작한 이후 깨달은 것은 이것이다.
삶의 무게를 함께 지고가는 인간들.. 그들과 함께 있다고, 함께 느끼고 있다는 그의 말에서 인간으로서의 동지애를 느낀다. 인간을 살리는 것은 결국 연민과 사랑이다. 현실의 고난이 쓰나미처럼 몰려와도 내 옆에 '함께하는' 이가 있을 때 둑은 무너지지 않는다. 그것이 단 한 사람일지라도.
나도 그랬다. 둑을 넘어오는 쓰나미 앞에서 늘 두려워 했고 무기력했다. 둑은 금새 무너질 것만 같았다. 하지만 돌아보면 누군가 늘 내 곁에 있었고 그래서 버틸 수 있었다. 참 고맙다. 결국 빚진 인생이다.
함께 있어주는 사람. 그런 사람으로 살고 싶다. 내 빚을 조금이라도 갚는 심정으로. 하지만 내 비루한 인간성을 내가 알기에.. 기도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연약한 자를 불쌍히 여기소서. 오늘 하루도 사랑하며 살 수 있는 힘을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