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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희 Nov 28. 2019

‘의미의 시대’가 온다

<죽음의 수용소에서> 빅터 프랭클

빅터 프랭클은 <죽음의 수용소에서> 통해 인간의 존엄성을 증언한다. 인간이 존엄한 이유는 인간에게 ‘()’ 선택할  있는 자유의지가 있기 때문이다. 인간이 노예나 동물 취급을 받는 포로수용소, 그곳에서도 타인을 배려하는 사람, 선을 행하는 사람이 있다. 인간은 고통과 고난의 상황에도 불구하고 타인을 위해, 공동체를 위해 가치 있는 삶을 살 수 있는 존재이기에 고귀하고 특별하다.


강제수용소에 있었던 우리들은 수용소에도 막사를 지나가면서 다른 사람들을 위로하거나 마지막 남은 빵을 나누어 주었던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다. 물론 그런 사람이 아주 극소수였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것만 가지고도 다음과 같은 진리가 옳다는 것을 입증하기에 충분하다. 그 진리란 인간에게 모든 것을 빼앗아갈 수 있어도 단 한 가지, 마지막 남은 인간의 자유, 주어진 환경에서 자신의 태도를 결정하고, 자기 자신의 길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만은 빼앗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



인간이 ‘ 행하는 것은 인간 존재의 본질이 ‘삶의 의미 추구하기 때문이다. ‘의미’의 사전적 정의는 사물의 가치와 보람이다. 인간은 누구나 가치 있고 보람 있는 삶을 살고 싶기 때문에 착한 일을 한다. 타인과 공동체에 기여하는 삶을 사는 이유다. 누군가는 가족의 행복에 기여하면서, 누군가는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 일에 헌신하면서 삶의 의미를 찾는다.


인간이 의미를 찾고자 하는 마음은 그 사람의 삶에서 근본적으로 우러나오는 것이지 본능적인 욕구를 2차적으로 합리화시키기 위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이 의미는 유일하고 개별적인 것으로 반드시 그 사람이 실현시켜야 하고, 또 그 사람만이 실현시킬 수 있다.



안타깝게도 아니, 당연하게도 인간은 많은 경우 ‘가치보다 ‘욕망 선택한다. 육체를 가진 인간은 생존과 쾌락 앞에 쉽게 흔들릴 수밖에 없는 숙명을 가졌다. 생존의 문제가 해결된 현대 사회에서 욕망은 ‘부과 권력’을, 그리고 ‘(지금의) 행복’을 향해 집중된다.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것보다 건물주가 되는 것을, 자아실현보다는 맛집 탐방과 여행을 동경한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의 현실은 치열한 경쟁과 팍팍한 잔고, 피곤한 노동이다. 유튜브 영상과 좋아하는 드라마, 일상탈출의 휴가가 때때로 아픈 삶을 치유하지만 내 삶을 충만하고 의미 있게 만들지는 못한다. 삶의 고단함과 스트레스, 공허함 속에 던져진다.

2019년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들이 생각하는 ‘삶의 행복지수’는 100점 만점에 63.7점이라고 한다. 전체 응답자의 76%가 자신의 삶이 불행하다는 생각을 해봤다고 답했다. 무기력증과 수면장애, 불안증세, 우울증에 시달리는 사람들도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빅터 프랭클은 이러한 현대인의 문제를 일찌감치 예견했으며 그 원인을 의미의 부재에서 찾는다. 삶의 의미는 찾지 못한 채 즐거움만 쫓는 인생은 금세 바닥을 드러낸다.


실존적 공허는 대개 권태를 느끼는 상태에서 나타난다. (중략) 그리고 이 문제는 앞으로 점점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자동화 과정으로 일하는 사람들의 여가 시간이 엄청나게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애석한 것은 그중에서 많은 사람들이 새로 얻게 된 여가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모른다는 데에 있다.


실존적 공허는 가면을 쓰거나 위장을 한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의미를 찾고자 하는 의지가 좌절되면 사람들은 권력욕으로 그 좌절을 대신 보상받으려고 하는데, 여기에는 아주 원시적인 형태의 권력욕인 돈에 대한 욕구도 포함되어 있다. 한편 의미를 찾으려는 의지가 좌절된 곳에 쾌락을 추구하는 의지가 대신 자리를 잡는 경우도 있다. 실존적 좌절을 겪은 사람들이 종종 성적 탐닉에서 그 보상을 찾으려고 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모두가 행복을 추구하는 시대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은 불행과 불안, 공허와 마주하고 있다.  부정적 상태를 이겨낼  있는 것은 삶의 의미다. 살아갈 이유를 찾은 사람은 죽음의 수용소에서도 시련과 고통의 시간을 견뎌내며 삶의 공허를 극복한다. 현대인들도 마찬가지다. 의미를 발견하는 과정을 통해서만이 삶이 채워지고 지속 가능한 행복을 발견할 수 있다. 좋은 기분을 찾아다니는 ‘행복의 시대’ 다음에는, 살아갈 이유를 찾는 ‘의미의 시대’가 반드시 찾아올 것이다.


강제수용소에 있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언가를 성취할 수 있는 인생의 진정한 기회는 자기들에게 다시 오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실제는 그렇지 않았다. 그곳에도 기회가 있고, 도전이 있었다. 삶의 지침을 돌려놓았던 그런 경험의 승리를 정신적인 승리로 만들 수도 있었고, 그와는 반대로 그런 도전을 무시하고, 다른 대부분의 수감자들처럼 무의미하게 보낼 수도 있었다.


수용소에서 사람의 정신력을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그에게 먼저 미래에 대한 희망을 보여 주는 데 성공해야 한다. 니체가 말했다.
    
 ‘왜’ 살아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그 ‘어떤’ 상황도 견딜 수 있다.



그럼 우리는 이제 마지막 문제에 봉착한다. 삶의 의미는 어떻게 찾아야 하는가? 빅터 프랭클의 메시지를 나는 세 가지로 요약해 보았다.

1. 삶의 의미는 지금 내게 주어진 삶의 과제들 속에 있다. 마음이나 머릿속에서 발견하는 추상적인 것이 아니라 내가 발 딛고 있는 생생하고 구체적인 삶의 현장에서 찾아야 한다. 때문에 삶의 의미는 거창한 것이 아니다. 아주 사소한 것들에서도 찾을 수 있다.

2. 삶의 의미는 타인이나 공동체를 향해 있다. 내 삶의 가치는 세상과 연결되어 있을 때 비로소 빛을 발한다. 살아야 할 이유를 나 자신에게서 찾는다면 뫼비우스의 띠처럼 공허함은 반복될 것이다.

3. 삶의 의미는 고정된 것이 아니다. 때에 따라 환경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역동을 가진다. 20대와 40대가 세상에서 발견하는 삶의 책임은 다른 결을 지니고 있다.


정말 중요한 것은 우리가 삶으로부터 무엇을 기대하는가가 아니라 삶이 우리로부터 무엇을 기대하는가 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삶의 의미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것을 중단하고, 대신 삶으로부터 질문을 받고 있는 우리 자신에 대해 매일 매시간마다 생각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대답은 말이나 명상이 아니라 올바른 행동과 올바른 태도에서 찾아야 했다. 인생이란 궁극적으로 이런 질문에 대한 올바른 해답을 찾고, 개개인 앞에 놓인 과제를 수행해 나가기 위한 책임을 떠맡는 것을 의미한다.


인간은 책임감을 가져야 하며, 잠재되어 있는 삶의 의미를 실현해야 한다는 주장을 통해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진정한 삶의 의미는 인간의 내면이나 그의 정신(psyche)에서 찾을 것이 아니라 이 세상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구조적 특성을 나는 ‘인간 존재의 자기 초월’이라고 이름 지었다. 이 말은 인간은 항상 자기 자신이 아닌 그 어떤 것, 혹은 그 어떤 사람을 지향하거나 그쪽으로 주의를 돌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이 성취해야 할 의미일 수도 있고, 혹은 그가 대면해야 할 사람일 수도 있다. 사람이 자기 자신을 잊으면 잊을수록 - 스스로 봉사할 이유를 찾거나 누군가에게 사랑을 주는 것을 통해 - 그는 더 인간다워지며, 자기 자신을 더 잘 실현시킬 수 있게 된다.




삶의 의미 대한 그의 화두는 여전히 유효하다. 의미의 가치를 뒤로하고 돈과 행복이 전부인 것처럼 여겨지는 세상은 인간을 불행하게 한다. 찰나의 행복 뒤에 몰려오는 공허의 폭풍이 우리 삶을 덮친다.

의미 있는 인생을 찾는 것은 각자의 몫이다. 그리고 이 실존의 문제를 풀어낼 열쇠는 모두에게 주어져 있다. 빅터 프랭클은 자유의 몸이 된 후 수용소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로고테라피’라고 하는 자신만의 학문적 영역을 발전시켰다. 그는 인생에서 최악의, 가장 고통스러운 상황에서 인간의 특성과 본질에 대해 성찰했고 이 성찰의 과제가 그가 살아야만 했던 이유였다.


그리고 그의 성찰과 연구는 오늘 우리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당신이 오늘을 살아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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