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겨울 바다
겨울 바닷바람은 춥다.
그러나 오색 물결 파도 소리로 철썩철썩 요동치고 일렁여도 내 마음은 어느새 난로의 전원 버튼을 누른 듯 서서히 온기가 채워진다.
바다, 바다를 향해 걸음 하는 사람들을 언제나 반갑게 맞이하고 조용히, 그러나 강건히 품어주는 존재.
에메랄드빛의 아름다운 그곳은 말이 없지만, 각각의 이유와 목적으로 오는 사람에게 위로의 말과 축하의 말을 전하고, 기쁨은 함께하고 슬픔은 어루만져 주는 듯하다.
어느 시대에나 존재했고 그 자리를 지키는 그것만으로도 명작이고, 명소인 그곳.
때론 호기롭게 용기를 낸 다짐과 달리 멈칫, 또 멈칫하며 다가서지 못하는 주저함에도,
기뻐서 하늘과 손뼉이라도 치듯 뛸 듯이 날고 싶은 순간에도,
너무 슬프고 아파 돌아갈 방향을 잃어 동공이 흔들리는 순간에도,
바다에 안겨 순간순간의 희로애락을 나누는 사람에게 하늘 바탕에 그림 그리는 구름과 반짝이는 해와 함께 벗이 되어 다음을 기약하고 돌아가는 사람을 정답게 배웅하겠지.
파도에도 쉽게 휩쓸리지 않도록 힘을 실어주고 요란한 파도 소리에도 크게 놀라지 않도록 강한 용기를 세차게 불어넣어 주는 그곳.
파도 소리에 자칫 부서질 뻔한 나의 마음도 어느새 단단한 자갈이 되어 있네.
푸른 겨울 바다야,
썰물에는 슬픔과 외로움을 걷어가고, 밀물에는 무지갯빛 행복의 빛깔을 내어주고 가렴.
나 너에게 두려움과 슬픔, 서글픈 이 마음들을 잠시 맡겨도 될까?
혹시 나 그 마음들을 맡겨만 둔 채 찾아가지 못해도 너는 나를 원망하지 않을까?
돌아오는 사람 없어도, 다시 찾는 사람 없어도 외로움 감추며 그 자리를 지키는 그때 그 바다.
그저 잘 살아라, 잘 살아다오 어루만져 주고 위로하는 내 고향의 어머니 같구나.
바다야, 고통은 힘껏 끌어안고, 기쁨은 한없이 내어놓는 너의 넓디넓은 도량을 닮고 싶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