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올 봄을 기다리며
나는 봄이 되면 유난히 슬퍼진다
벚꽃으로 물든 봄 구석구석에 앉아 내 눈썹 위로 하나 둘 떨어지는 꽃잎을 볼 때마다 나는 봄에 떠난 아버지가 올해도 인사하러 와 주었구나 하고 생각한다
시계 속 시침과 분침은 오늘도 어제처럼 잘 돌아가고 있는데 나의 시간은 그 해 봄에 멈춰있다
나 혼자 맞이할 줄 몰랐던 계절이기에 봄은 슬픈 계절이 되었다
아버지의 나이가 가까워져 가니 흐릿하게 알 것 같은 부모의 마음. 이 마음을 쭈뼛쭈뼛 전하기도 전에 떠날 수 있다는 걸 왜 몰랐을까.
내 아이의 행복을 위해선 무엇이든 인내할 수 있고 어떤 것도 견딜 수 있을 것 같은 이 마음이 부모 된 자의 마음이었구나
비로소 알 것 같다.
나의 시간과 내 부모님의 시간이 다르게 흐르고 있다는 것을.
아버지가 심어주었던 내 유년시절을 풍요롭게 만들어준 사계절의 추억을 기쁘게 회상하며 내년의 봄을 기다려야지
벚꽃축제 행렬사이에서 겨울을 가볍게 툭툭 털고 일어나 나를 깨우러 온 봄을 무거운 슬픔이 아닌 반가움으로 맞이하고 싶다
꽃잎을 감싸보려고 두 손을 모아보면 더 이상 내 손가락사이에서 떨어지지 않고 잠시라도 앉아주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