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유기견의 독백-번호로 불린 생

by 소원상자

나는 이름보다 먼저 번호를 배웠다
쇠창살 위에 매달린 플라스틱 한 조각이
내 존재의 발음이었다

사람들은 나를 두고 순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 말속에 숨겨진 버려질 가능성을
나는 냄새로 맡는다

한때 나는 현관 앞에 엎드려
열쇠 소리를 기다리던 몸이었고
비 오는 저녁이면 젖은 양말 냄새로
세계의 안온함을 배웠다
하지만 사랑은 가끔 생각보다

빨리 상해버렸다

“사정이 있었다”는 인간의 문장으로
나는 설명되지 않는 쪽을 향해

스르륵 밀려났다

철창은 몸을 가두지만 내 마음까지는

닫지 못한다
나는 여전히 누군가의 가족이 되어
함께 늙는 장면을 상상하고
그들의 하루가 내 꼬리 하나로
조금 느슨해질 수 있다고 믿는다
이상하게도 나는 아직 사람을 신뢰한다
손을 내미는 행위가 언젠가는
나를 부정하지 않기를 바라면서

혹시 이 시를 읽는 사람이 있다면,
그래서 오늘 무언가를 덜 버린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나는 유기되었으나 사랑하는 마음까지
유기된 적은 없다

나는 다시 믿는 일을 또 연습한다.
희망은 여전히 몸의 끝에서 분명하게

살아 있다고 믿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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