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안 깍두기

by 소원상자

달리는 버스 안, 급정거
깍두기 하나가

도시락 반찬통에서 이탈했다
빨간 국물은 바닥에서
잠시 방향을 잃었고
아침은 동시에
모두에게 미안해졌다

괜찮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나는 깍두기라서
말 대신 더 붉어질 뿐이었다
아직 씹히지 않았고
아직 밥을 만나지도 못했는데
바닥이 먼저였다


아무도 웃지 않았고
아무도 화내지 않았다
뚜껑 열린 도시락을 든 아이가
어쩔 줄 모른 채 고개를 숙였고
한 어른은 말없이 휴지를 건넸다


휴지가 와서 나를 감쌌을 때
나는 처음으로
버려지는 것과 챙겨지는 것이
같은 손에서 나와

비슷하다는 걸 알았다

굴러 떨어진 것은
깍두기뿐이었을까
우리는 각자의 하루를
조금씩 흘리며
학교와 일터로 간다


한 번 바닥을 배운 것들은
대개 자기 자리를

정확히 기억하지 못한다
그러나 바닥은 닦였고

버스는 다시
속도를 내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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