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자신의 시간을
얇은 천처럼 찢어
타인의 상처 위에 덮어준다.
피가 스며도 티 나지 않도록
밤의 색으로 고요히 물들이며.
헌신은 그렇게
이름을 갖지 못한 채 살아남는다.
누군가의 하루를 끝까지 남겨두고
자신은 빈자리로 물러난다.
새벽은 그런 사람들의 등 뒤에서 온다.
아무도 듣지 못한 한숨이
첫 새의 울음으로 번역될 때,
그들은 이미 자신의 어둠을 접어
타인의 창문 틈에 끼워두었을 것이다.
세상에 이런 헌신이 있다.
돌아오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문을 완전히 닫지 못하는 마음,
타인의 계절이 지나갈 때까지
자신의 꽃을 피우지 않는 배려.
나는 그들의 등을 보고
빛이 어디서 시작되는지 배운다.
어쩌면 사랑은
자신이 조금씩 닳아가면서도
닳아져 감을 모르는 채로
누군가를 끝까지 놓지 않는 일
오늘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한 사람이 한 사람의 무너짐을 붙들고 있다.
그 손의 떨림까지 감싸는 밤,
세상은 그렇게
이름 없는 헌신들의 이어짐으로
희망이라 부르는 아침에 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