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범이의 축구인생 시작
어린 동생에게 형은 신과 같은 존재다.
크고, 빠르고, 힘도 세다.
세상에 존재하는 신비롭고 재밌는 놀이를 모두 알고 있으며,
그 놀이에 참여할 수 있는 권한과 규칙을 관장하는 권력자다.
동경의 대상을 닮고 싶다는 마음은
자연스러운 욕망 중 하나이고—
형을 따라 축구 클럽에 입단하는 것 역시,
생태계의 순리를 따르듯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둘째, 재범이는 어떠한 고민도 없이 축구에 발을 내디뎠다.
육아도 그랬듯,
첫째와 둘째는 달랐다.
노심초사, 매번 마음을 졸이며
사사건건 나에게 고민을 던지던
근우의 축구 시합과는 달랐다.
재범이의 경기는, 그저 귀엽기만 했다.
아이들의 행동 하나하나에
부모님들의 웃음이 터져 나왔다.
엉성한 움직임,
쉴 새 없이 나오는 헛발질,
경기 중에 뛰쳐나오는 아이,
땅바닥에 드러누운 아이.
모두 지나가는 과정임을 아는 나는,
타임머신을 타고 온 시간여행자 같았다.
둘째의 경기 내내
순간을 음미하며,
순간의 감정을 오롯이 즐길 수 있는,
유일한 부모가 될 수 있었다.
재범이에겐
세 살 터울 형아와 공놀이를 했던 가닥이 있다.
나름 집중하며, 야무지게 공을 차는 재범이.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데?’
근우가 첫 클럽에 다닐 때,
운동장을 휘젓던, 형과 축구를 한다던,
그 아이가 떠올랐다.
“와— 쟤 잘한다!”
“선수반 김근우 동생이래!”
재범이는, 형 덕분에 금세 유명해졌다.
“재범이랑 같은 팀 하려고 애들끼리 난리도 아니었어.”
“우리 범끼~ 그랬쪄요?”
아내의 말에, 수줍음 많은 재범이를 살짝 안아본다.
선생님들 사이에서,
다른 클래스 친구들로,
그리고 그 부모님들로—
재범이에 대한 소문이 퍼졌다.
위 학년, 아래 학년, 많은 아이들이 재범이를 알아봤다.
난 그때까지도
그 소문과 유명세가
단지, ‘근우 형의 동생’이기 때문일 거라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