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1%
근우는 학년이 올라가면서
지방 곳곳에서 열리는 다양한 대회에 참가하기 시작했다.
전국에서 모인 팀들과 우승을 두고 벌이는 치열한 경기.
그 안에서 아이들은 단기간에 놀라울 만큼 성숙해졌다.
근우도 팀에서 중심 선수가 되어갔다.
지방 대회는 대개 1박 2일이 기본이다.
경주, 대전, 구미...
평소엔 찾아볼 일도 없는 지역으로 축구 여행을 떠난다.
축구 여행은 또 다른 인연을 만든다.
저녁엔 부모님들끼리 가볍게 술잔을 나누며 전우애를 다진다.
'전쟁과도 같은 뒷바라지'
아이들의 장점, 단점,
고충과 자랑, 부모로서의 걱정까지—
자식 걱정은 누구에게나 답이 없는 숙제고
결국, 모두 비슷한 고민을 안고 살아간다.
그날은 특별히 클럽 대표님이 식사 자리에 함께했다.
이런저런 질문들이 테이블 위를 오간다.
역시 모든 부모의 관심사는 아들의 가능성이다.
팁과 소스를 얻기 위한 부모님들의 눈치 싸움이 각별했다.
“근우는 잘하고 있는 건가요?”
틈을 보던 나는 슬쩍 물음을 건넸다.
“네, 근우는 나이에 맞게 잘 성장하고 있습니다.
근우도 잘하지만…”
한번 뜸을 들인 뒤 진지한 표정으로 대표님이 말을 이어갔다.
“아버님— 재범이를 잘 보셔야 합니다.
현재 재범이는 상위 1% 재능입니다.”
“네?… 재범이 가요?”
의외의 말에 나는 순간 당황했다.
근우에 대한 물음에 재범이로 답을 하는 상황에
빙긋 웃음만 지을 수밖에 없었다.
엉성하고, 귀엽기만 하던 둘째.
작고 가벼워 팔랑팔랑 거리는
우리 집 종이인형, 재범이가?
최근 친구들의 관심과 부모님들의 칭찬과 감탄이 내 귓불을 때렸다.
형만큼 따로 가르쳐준 적도 없고,
애걸복걸 축구장으로 끌고 간 적도 없는데.
형이랑 연습하느라, 제대로 패스 한 번 주고받은 기억도 잘 나지 않았다.
그런데… 상위 1%?
나는 갑자기, 허탈했다.
결국 타고나는 건가?
두 아들이 축구를 배워가는 과정은 너무나도 다르다.
성향, 태도, 습득력, 정신력까지—
나는 문득, 두려워졌었다.
둘째가 형을 넘어서는 순간이 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자존심과 승부욕이 가득한 근우에게 무슨 말을 해줘야 할까?
축구는 또, 내게 정답 없는 시험문제를 던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