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수가 되었다.
선수반에 들어가니 여러 가지가 변했다.
넓어진 실외 구장에서 ‘팀’ 중심의 훈련이 시작되었다.
패스와 포지셔닝,
공이 없을 때의 움직임,
스페이싱과 전환.
점차 축구의 형태를 갖춰가는 모습이었다.
“우리 아이들, 많이 늘지 않았어요?”
소떼처럼 몰려다니던
근우의 첫 연습경기가 떠올라 '피식' 웃었다.
스페인식 훈련이라 그런가?
우리의 선택이 옳았던 것 같아, 내심 뿌듯했다.
얼마 후 i리그가 열리고, 1학년 팀도 참가하기로 했다
( i리그는 유소년 축구 저변 확대를 목표로 대한축구협회에서 주관하는 유소년 리그다.)
그리고, 드디어 대망의 i리그 첫 경기 날이 찾아왔다.
‘세상에나, 이렇게 축구하는 아이들이 많아?’
수많은 인파가 몰려들었다.
알록달록 유니폼을 차려입은 아이들,
그 뒤를 따르는 부모님들까지...
“ㅇㅇ야-!! 달려, 달려, 달려!!”
싸커대디 못지않은,
싸커맘들의 외침이 경기장 여기저기서 울려 퍼졌다.
월드컵이 따로 없었다.
드디어, 우리 팀의 경기가 시작되었다.
그동안 배웠던 플레이가 필드 위에서 펼쳐졌다.
조화롭게 움직이는 아이들.
상대편 부모님들 사이에서 감탄이 터져 나왔다.
얼마 전의 나를 보는 것 같아, 몰래 뿌듯한 웃음을 지었다.
팀 구성이 좋았다.
빠르고 돌파가 좋은 공격수, 도윤이.
영리하게 공을 지키고, 잘 뿌려주는 미드필더, 성민이.
그리고… 수비수, 근우?
잘 보이지 않았다.
상대의 돌파를 허용할 땐 심장이 내려앉는 것 같았고,
수비 지역에서 미스라도 나면 얼굴이 화끈거렸다.
무엇보다…
'왜 수비수지?'
'발기술이 부족한 건가?
미드필더는 근우도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미 첫 경기의 승리는 뒷전이 되었다.
기쁘지 않았다. 결과를 똑바로 마주할 수 없었다.
왜 수비로 섰는지—
아니, 왜 밀렸는지가 궁금했다.
지난달 집으로 날아온 평가표.
그저 웃어넘겼던,
각 항목별 점수가 머릿속을 맴돌았다.
새로운 국면에 들어선 것이다.
경쟁은 상대 팀만이 아니라, 내부에도 있다는 걸 실감했다.
‘대책을 세워야 한다.’
'어떻게 해야 수비수를 탈출할 수 있지?'
나는,
또다시
흔들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