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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가다의 작은섬 Nov 02. 2022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그저... (2022.11.02. 수)


 




바쁜 일상, 뒤늦게 소식을 접했습니다. 평화로운 일상에 거친 폭풍우가 몰아치는 것 같습니다. 설거지를 하다가도, 일을 하다가도, 길을 걷다가도, 문득문득 가슴이 답답하고 한숨이 나옵니다.


20살에 읽었던 책, 류지화의 시집,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지인에게 빌려준 것 같은데 되돌려 받지 못했나 봅니다. 아쉬워하던 때, 보물섬에서 이 아이를 다시 발견하고 참 기뻤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펼쳐진 책을 읽다가 한 시에서 눈길이, 마음이, 생각이 멈추어 읽고 또 읽어봅니다. 그저 나약한 저는 할 수 있는 것이 눈물을 흘리는 것뿐입니다.




옳은 말

아이를 잃은 엄마가 쓴 시


제발 내가 그것을 극복했는지 묻지 말아 주세요.

난 그것을 영원히 극복하지 못할 테니까요.


지금 그가 있는 곳이 이곳보다 더 낫다고 말하지 말아 주세요.

그는 지금 내 곁에 없으니까요.


더 이상 그가 고통받지 않을 거라고는 말하지 말아 주세요.

그가 고통받았다고 난 생각한 적이 없으니까요.


내가 느끼는 것을 당신도 알고 있다고는 말하지 말아 주세요.

당신 또한 아이를 잃었다면 모를까요.


내게 아픔에서 회복되기를 빈다고 말하지 말아 주세요.

잃은 슬픔은 병이 아니니까요.


내가 적어도 그와 함께 많은 해들을 보냈다고는 말하지 말아 주세요.

당신은, 당신의 아이가 몇 살에 죽어야 한다는 건가요?


내게 다만 당신이 내 아이를 기억하고 있다고만 말해 주세요.

만일 당신이 그를 잊지 않았다면.


신은 인간에게 극복할 수 있는 만큼의 형벌만 내린다고는 말하지 말아 주세요.

다만 내게 가슴이 아프다고만 말해 주세요.


내가 내 아이에 대해 말할 수 있도록 단지 들어만 주세요.

그리고 내 아이를 잊지 말아 주세요.


제발 내가 마음껏 울도록

지금은 다만 나를 내버려 주세요.


- 리타 모란 -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10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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