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은 물과 같다.

나는 나다. (2023.2.2. 목)

by 아가다의 작은섬





『영혼은 물을 담는 그릇과 같다네. 그리고 외적 사물에 대한 우리의 느낌은 물 위에 떨어진 한 줄기 빛을 닮았지. 물이 일렁이면 빛도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지. 하지만 빛은 움직이지 않았어. 물이 일렁이는 것처럼 평정을 잃었다고 해서 영혼의 미덕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지 않겠는가? 영혼은 물그릇처럼 거기 그대로 있으며 그 모든 것들을 진정시키는 법일세 - 에픽테토스 -』

(데일리 필로소피 72p)


‘나는 나이고, 그 무엇도 내 영혼을 훼손시킬 수는 없습니다.’


물은 거울과 같아요. 물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비칩니다. 물의 허락 같은 건 필요하지 않아요. 무엇을 담을 것인가 선택할 수도 없어요. 하지만 물이 달을 담았다고 달이 되지 않고, 물이 숲을 담았다고 숲이 되지 않습니다. 물이 무엇을 비추든 물은 물이고, 그 무엇도 그 본질을 훼손시킬 수 없습니다.


나는 물이 되어봅니다. 세상의 모든 자극이 나에게 비쳐요. 나를 웃게 하고, 행복하게 만드는 것들이 비칠 때면 그것을 온전히 담아, 반짝반짝 빛나며 잔잔하게 일렁이기도 하지만, 나를 아프게 하고 눈물짓게 하는 것들이 비칠 때면 그것을 온전히 담아내지 못해요. 그럼 나는 성난 파도처럼 무섭게 일렁거리며 찌그러진 세상을 비추기도 합니다.


그래요. 잔잔하게 또는 무섭게 일렁이며, 온전한 세상을 담아내든 찌그러진 세상을 담아내든 물이 물이듯 나는 나예요. 이 새벽, 나는 잔잔한 물처럼 온전한 세상을 비추고 있습니다. 이 시간이 지나면 나에게 쏟아지는 자극에 마구잡이로 흔들릴 수도 있지만 나는 나이고 어떤 것들이 나에게 비치던 그 무엇도 나를 훼손시킬 수 없습니다.


그러니 나는 안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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