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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가다의 작은섬 Mar 09. 2023

인생은 짜고 치는 고스톱?

어찌 이리 아귀가 딱딱 맞는지. (2023.3.6. 월)

사진출처:네이버



『신의 섭리를 탓하고 싶을 때마다 자네의 마음 주변을 살펴보게. 그러면 어떤 이유로 그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있을 것이야.』

(에픽테토스)


2.23일 대학원 오리엔테이션을 듣고

<우짜지? 우짜지?>라는 이모티콘이 떠오를 만큼 부담스러운 앞날이 그려졌다. 알아듣을 수 없는 용어들의 집합체 속에서 <이것도 해야 하고, 저것도 해야 합니다.>만 기억 속에 각인되어서인지 무척이나 많은 것을 짊어져야 할 것 같아 겁이 났다. 개인분석도 받아야 하고 워크숍도 이것저것 참여해야 한단 말이지.. 가입해야 되는 학회만 3개(한국상담학회, 명지분회, 한국통합치료학회) 잠시 눈 돌리는 순간 툭 놓쳐버릴 것 같은 교수님의 설명에 부지런히 알아듣기 위해 귀를 쫑긋 세워야 했다.


헐 헐 헐~ 개학하고 일주일

3월 2일 드디어 대학원 첫 수업이 있는 날이다. 18시 40분에 시작되는 수업. 대중교통을 이용한 초행길이라 넉넉잡고 4시 40분에 집을 나섰다. 학교에 도착하니 6시 20분. <헐~> 첫날은 수업 없이 일찍 마치겠지라고 생각했지만 첫 시간부터 발표 과제다. <헐~> 첫 수업이라 한 시간 일찍 7시 40분에 수업 마쳤는데 집에 오니 10시가 넘었다. <헐~>



운명은 다 계획하고 있었다. 나만 모를 뿐



첫째,

사실 가고 싶은 대학원이 있었다. 네이버 길 찾기로 검색해도 2시간은 걸리는 곳이었는데 거기 붙었으면 어쩔 뻔?! 아무리 의지의 아가다라고 하지만 아마 체력적으로 많이 지쳤을 것 같다. 하느님 아부지 감사합니다요^^


둘째,

빨리 해치워버려야지. 첫 발표자가 되기로 선택했다. 빨리 끝내버리고 여유롭게 편안하게 수업을 듣자. 발표준비를 하는데, <현타>가 온다. 집안일도. 아이들 돌보는 일도. 미루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행복하게 공부하는 나만큼 가족들도 행복했으면 좋겠다. 서두르는 나를 잠시 달랜다. 그리고 엄마가. 아내가. 잠시 자리를 비우는 순간에도 잘 먹고 잘 지내길 바란다. 그래서  간단하게 그리고 건강까지 챙길 수 있는 음식을 선정해서 평소보다 더 열심히 준비한다. 냉장고 한편에 과일도 예쁘(?) 게 깎아 먹기 좋게 준비해 놓는다. 발표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았다. 나의 능력을 뽐내는 PPT나 요약본을 준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함께 공부하는 동기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듬뿍 담았다. 한 가지 보너스로 미래의 나를 위해 강의를 연습할 기회로 삼았다.


셋째,

집과 회사밖에 모르는 요셉. 퇴근시간이 지나도 밥도 안 먹고 집중해서 일하던 요셉이 요즘 <힘들어서 집중할 수가 없다>는 말을 자주 한다. 이제는 체력이 딸리는 것일테지.. 연애 때부터 회사에 <목숨>을 거는 요셉이 걱정되어 무리하지 말고 퇴근하라고 협박해보기도 하고 어르고 달래도 보았지만 듣지를 않더니. 신의 뜻이 있는 걸까? 이제 내가 학교를 가는 <화. 수. 목>은 어쩔 수 없이 강제 퇴근이다. 우리 테레사가 제일 신났다. 우스갯소리로 우리 집 아이들은 요셉이 8시~9시만 퇴근해도 <우와~ 아빠. 오늘은 일찍 왔네>하며 달려가 안긴다. 얏호! 요셉님, 이제 일찍 퇴근해서 쉬(?) 세요. 하하하


넷째,

코로나로 잠시 멀어진 성당, 하느님이 나를 부르는 걸까? 아니면 학교, 집만 다니며 쳇바퀴 돌 듯 살아갈 내가 걱정돼서 일까? 그도 아니면 온종일 책상 앞에 앉아서 다른 일을 하지 못하는 내가 걱정된 것인가? 10살이 된 테레사는 첫 영성체(천주교는 교리를 1년 정도 받아야 세례를 받음)를 받기 위해 교리를 신청했다. 종교는 자유라지만 첫 영성체까지만 꼭 하기로 아이들과 약속했다. 교리 첫날, 띠용~ <계획에 없었는데> 첫 영성체 아이들을 위한 부모교육이 함께 실시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매주>마다 교육을 들어야 한다. <하느님 이건 아니잖아요?> 전 싫은데요.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나와서 마구마구 쏘아붙였지만 이 또한 뜻이 있으리라. 열심히 참여해보려고 한다.




계획된 대로 흘러가지 않고 자주 어그러지는 일상이 퍽이나 마음에 들지 않을 때가 많지만 그 또한 무슨 뜻이 있겠지. 내가 지금 허무해보는 일들이 분명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려고 이러는 거겠지. 내 주변에 일어나는 일들이 언젠가 톱니바퀴가 연결되듯 연결되어 자연스럽게 굴러가겠지. 지금 내가 알아차린 4가지 일처럼. 오늘도 나는 운명이 짜고 치는 고스톱 같은 삶을 산다. 아주 열심히.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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