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항상 의문이었어. 나는 왜 당신들을 온전히 미워하지 못할까. 항상 온탕과 냉탕을 오고 가는 몸처럼 마음도 이와 같았어. 온전히 밉다고 원망을 쏟아내면 가슴 한편에서 죄책감이 피어올라.
죄책감이
피어오를 때면 나는 항상 당신들을 더 미워할 구실을 만들거나 찾아내거나. 아니면 <이까짓일 별거 아니다. 남들도 다 이러고 자랐다. 사는 게 다 거기서 거기지. 내 상처가 뭐 대수라고> 합리화시키곤 했어.
오늘은
불현듯 이런 생각이 떠오르더라. <당신들에게 나.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이 사랑받았구나.> 싶더라. 내 마음 한편에 자리 잡은 사랑받은 마음이 계속 말해주고 싶었나 봐.
진주 중앙시장이었지.
엄마는 그날 내가 갖고 싶어 하는 옷을 마음껏 사줬어. 없는 살림에 돈이 어디 있다고. 그런데 기억 속 엄마는 웃고 있어. 딸이 예쁜 새 옷 입고 어여쁘게 서있는 모습이 좋았을까. <살찌면 예쁜 옷 못 입어. 그러니까. 예쁘게 자라. 예쁜 옷 많이 입어>라고 말씀하셨지.
무슨 날이었는지
기억은 나지 않아. 아빠도 날 진주중앙시장에 데리고 갔지. 우린 돼지국밥을 먹었어. 나 그날 그냥 좋았어. 아빠. 알잖아. 내가 아빠 참 많이 좋아한 거. 아빠랑 함께여서 좋고. 아빠가 사준 음식이라 더 맛있었어. 나 입덧으로 엄청 고생했는데 유일하게 국밥만 잘 먹었잖아. 우리 애들도 어찌나 국밥을 좋아하는지. 국밥만 사주면 며칠 굶은 사람처럼 먹어.
당신들에게
상처받은 기억을 치유하려고 글을 쓰는 게 아니라 사랑받은 기억을 찾으려고 글을 쓰나 봐. 하지만 아직 상처받은 기억이 먼저라 사랑받은 기억이 잘 떠오르지 않아. 왜냐면 몇몇 큰 사건들이 가로막고 있거든. 마냥 이해하려고 노력하기보다 사랑받았던 기억을 더 많이 찾으면 나에게서 좀 더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아. 모르겠다. 그냥 언젠가는. 비율로 따진다면 상처보다 사랑받은 기억이 더 많이 뇌 속을 차지했으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