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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가다의 작은섬 May 12. 2023

도서관으로 출근합니다.

길고 지루한 기다림을 조금이나마 희석하는 장소(2023.5.12. 금)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출근하듯 도서관을 찾은 지 3주째 접어들었다. 요셉이 출근하고 아이들이 학교에 가고 나면  나도 서둘러 집을 치우고 9시에 집을 나선다.


도서관으로 가는 길.

한참 푸르름을 뽐내는 나무. 적당히 따사로운 햇빛과 온몸의 세포를 깨우는듯한 바람의 온도. 녹색잎사귀와 대조되는 파란 하늘. 알록달록 예쁜 색깔이 칠해진 도화지 위를 거니는 것 같다.


오늘은

그냥 <집에서 공부할까.> 하는 생각이 아침마다 들지만 꾸역꾸역 도서관을 찾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나의 일과 집안일의 경계가 뒤죽박죽으로 엉켰는데 도서관으로 장조를 바꾼 뒤 두 가지 일의 경계가 명확해졌다. 둘째, <조금만 쉬었다 할까>하고 누우면 그냥 쭈~~~ 욱 누웠는데 도서관에서는 누워 쉴 수가 없다는 거. 셋째, 더더더 욕심을 욕심부리며 일을 손에서 놓지 못했는데 이젠 9-3시까지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집으로 돌아오니 자연스럽게 마침표를 찍을 수 있다.  


무엇보다도 

동료(?)가 생긴 것. 며칠 나가보니 낯익은 얼굴들이 보인다. 말 한마디 나눠보지 못했지만 그냥 동료 같은 느낌. 난 매번 같은 자리에 앉는데 특히, 내 옆에 앉은 남학생을 매일 보는 것이 무척 반갑다. 도서관에서 공부를 시작한 첫날 만난 친구인데 우린 책상에 책만 펼쳐놓고 경쟁하듯 핸드폰을 봤다. <동상이몽> 그 친구모습에서 내 모습을 보여 어찌나 웃음이 나던지.


나만 그런가.

공부하다 보면 슬쩍 보고 싶다. 동료들이 어떤 공부를 하고 있는지. 안 되겠다. 화장실 가는척하고 스리슬쩍 봐야지.



길고

지루한 기다림이다. 이 기다림 끝에 내가 원하는 것이 정녕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는 불확실성은 기다림을 더 불안하게 만든다. 도서관에 오면 이런 기다림과 불안이 조금이나마 희석되는 것 같아서 좋다. 무급이지만 어딘가 출근해서 나도 생산적인 일을 하는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좋다. 오늘은 오전에 비대면 카운슬링을 마치고 한참 늦장을 부렸더니 내가 즐겨 찾는 자리를 다른 이가 사용하고 있다. 살짝 아쉽지만 그이가 오늘 그 자리의 감미로움을 느끼길 바라며 나는 새로운 자리에 앉았다. 그래 오늘도 찬찬히 걸어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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