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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가다의 작은섬 Jun 30. 2023

도서관으로 출근합니다. 2

일상(2023.5.23. 화)


P.S 댓글창을 열어놓지만 답글 달지 않을까 해요. 그저 한 문장을 읽고 사유의 댓글을 달아주셔도 되고, 다른 좋은 문장으로 확장시켜 주셔도 되고, 감사합니다. 한마디 댓글도 좋고... 댓글과 댓글이 연결되어도 좋고. <그저, 어디 풀곳이 없는 '혀'를 이곳에 풀고 가시길 바라며> 오늘 저의 일상을 나눕니다.^^  오늘도 행복하세요 ^^




오늘도

나는 도서관으로 출근(?)한다. 남편과 아이들이 삶 속에서 부여된 각자의 역할에 따라 집을 나서고 나면 간단하게 몇 가지 반찬을 만들고, 와이셔츠도 다리고, 이곳저곳 널브러진 살림살이들도 정리하고 나도 도서관으로 출근(?)할 준비를 한다. 그런데 집에 무슨 미련이 그리도 많은지 항상 집 끄트머리에 붙잡혀 지각을 하고 만다. 그 이유인즉, 나는 이상하게 설거지나 집안일을 할 때 글감이 떠오른다. 오늘도 집안일을 하면서 몇 번이나 핸드폰을 들었다 놓았다 했는지, 결국 오늘도 9시가 넘어서 집을 나섰다.


나는

커피를 마시지 않는다. 즐기지 않는다는 표현보다 마시지 않는다는 표현이 적절하다. 커피를 마시면 미친 듯이 움직이는 심장을 주체할 수 없고 구름 위에 떠 있는 듯한 그 느낌이 참으로 불쾌하고 기괴하여 커피를 마시지 않는다. 그런데 오늘은 물대신 커피가 마시고 싶어졌다. 도서관 가는 길에 요셉이 즐겨 찾는 메가**에 들려 연한 아이스아메리카노 한잔을 주문했다.


뜻밖의 배려

<순삭> 주문과 동시에 바로 나오네. 신기방기. 자전거에 달린 컵홀더에 테이크아웃한 커피를 담고 있는데 직원이 나를 부른다.


'어. 자전거 타고 가실 거예요? 제가 자전거 많이 타봐서 아는데 컵홀더에 담아도 커피가 쏟아져요. 랩 한번 씌워 드릴게요.'


친절하게 웃으며 건네는 뜻밖의 배려에 나는 아이스커피 한잔과 함께 내 존재에 대한 배려를 받았다. 이렇게 감사할 수가.


나비효과

뜻밖의 배려에 내가 웃는다. 흥얼거리며 도서관 가는 길에서 만난 자전거 타는 부자. 노랑노랑 그 뒷모습도 아름답다. 노랑노랑 길거리에 피어난 들꽃도 나를 반기는 것 같다. 뜻밖의 배려가 불러온 기분 좋음.



여유

과제도 시험도 끝난 지금 나는 살짝 여유롭다. 하지만 그 여유가 불편하다.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도 <전공 관련 공부를 해야지 뭐 하고 있나.> 어딘가 나의 목표에서 엇나간 행위를 하고 있는 건 아닌지, 여유 부리는 시간이 나중에 나의 바람을 희미하게 할까 두려웠다. 어제는 <나는 왜 여유를 즐기지 못하는가>에 대한 질문으로 도서관에 앉아있었다. <두려움> 나의 바람을 이루기 위해서 이런 여유는 허락하지 않아야 하고 좀 더 절실하게. 남들보다도 남들만큼이라도 더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 바람을 이룬 이들의 이야기가 그러했으니 나 또한 그러해야 한다는 생각. 이런 <생각들이> 여유를 두려움으로 받아들이게 했나 보다.


삶의 의미

과제도 복습도 중간고사도 끝낸 나는 오늘도 <여유> 롭게 도서관에 앉아 있다. 그리고 책을 읽고 글을 쓴다. 돈도 안되고 어딘가 나의 목표에서 벗어난 것 같은 일인 것 같더라도. 오늘 커피숍 직원이 나에게 베푼 뜻밖의 배려가 내 존재를 즐겁게 한 것처럼, 내가 읽은 책 속 한 문장이 누군가를 위로하고 웃을 수 있기를 바라며 오늘도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내가 좋아하는. 내가 즐거워하는. 행위를 한다. <질문보다 해석. 꿈보다 해몽>이라고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 질문하기보다 내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나의 삶 한 조각 한 조각들에게 나는 어떻게 의미를 부여할 것인가. 쓰자 쓰자 글을 쓰자. 내가 오늘을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내 삶의 이야기를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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