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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가다의 작은섬 Jul 04. 2023

도서관으로 출근합니다. 3

꿈이 있는 곳(2023.7.4. 화)




<늦장>

소파에 누워 책을 들었다. <삼십 분만 책 읽고 출발해야지.. 음?! 하늘에 먹구름이 진득하게 깔렸네. 먹구름이 가득한 것이 비가 쏟아부을 것 같은데 오늘은 집에 있을까?...> 도서관에 9시까지 도착해야지 하고 항상 다짐하지만 오늘도 몸과 마음이 늦장을 부렸다. 졸음 가득한 몸과 날씨 핑계를 대고 싶은 마음을 단단하게 다잡고 집을 나섰다. 한두 방울 떨어지는 비가 제법 거세진다. 이리저리 휘몰아치는 비바람에 젖어드는 샌들과 가방, 바지밑단을 보니 <쯧, 좀 서둘렀으면 좋았을걸>.. 그때서야 서두르지 못한 나의 행동에 절로 혀를 찬다.


<종착역>

종착역인 줄 알았다. <대학원에 입학했으니 이제 다 되었다. 졸업만 하면 상담사로서 강연자로서 나도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대학원 공부 외 상담심리사 자격 취득을 위해 별도로 받아야 하는 교육들이 넘쳐난다는 사실과 등록금 외 발생하는 비용에 숨이 턱 막혔다. 넘쳐나는 정보와 해야 할 일들 사이에서 나는 더 혼란스러웠고 명확했던 나의 방향도 오히려 잃어버린 것 같았다. <내가 이 모든 과정을 다 쫓아갈 수 있을까>하는 의문과 나의 한계, 주위에 넘쳐나는 능력 있는 사람들 속에서 점점 작아지는 나를 바라보는 것이 참으로 힘에 부쳤다. 무엇보다도 종착역인 줄 알고 탔는데, 알고 보니 종착역이 아니라 출발선이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무척 힘들었다. 취득해야 할 자격증도 많고, 공기관에서 요구하는 공신력 있는 전문상담심리사 자격을 취득하려면 조건에 맞게 수련(개인분석, 집단상담, 개인상담, 심리검사 등)을 해야 한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시간은 또 얼마나 걸릴까. 가야 하는 길이 까맣듯 하여 벌써부터 지치는 것 같았다.


(국가가 인정하는 상담 관련 자격증은 청소년상담사, 직업상담사, 임상심리사가 있다. 이 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은 큐넷에 자세히 나와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전문상담심리사에 관련된 국가자격증이 없고 한국상담심리학회, 한국상담학회에서 전문상담심리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있다.)


<책가방과 꿈가방>

도서관에서 공부하기 위해 책가방을 챙길 때, 혹시나 공부하다가 필요할지도 모르니 이것저것 모조리 챙기느라 가방 두 개를 가득 채웠다. 그 행동을 몇 번 반복하다 보니 제한된 시간에 내가 계획한 것처럼 많은 공부를 할 수 없다는 사실과 계획 외에 수많은 변수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이제 도서관을 갈 때, 내 능력만큼. 내가 할 수 있을 만큼. 쉴 수 있는 여유까지 고려하여 가방을 챙긴다. 1학기를 마무리하면서 이상 속에 존재하는 나와 현실에 존재하는 나의 괴리를 조금 좁혔다. 내 능력에 한계를 긋는 것이 아니라 현재 나의 능력을 알고 그에 맞게 공부하는 것. 모든 것을 다 해버리고 싶지만 내 능력에 맞게 천천히 걸어가는 것. 무겁게 책가방을 메고 걸어가면 어깨와 허리와 발목에 무리가 와서 결국 주저앉게 될 수도 있으니 지금-오늘 할 수 있을 만큼만 책가방에 넣을 것. 가볍게 챙긴 책가방도 오래도록 걸어가야 하는 장거리 선수에게는 산처럼 무거운 짐 일수도 있다는 것. 나는 더 비워야 하고 더 천천히 걸어가야 하는 법을 배우려고 학교에 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나는 오늘도 도서관에서 꿈꾼다.>

나의 꿈을 발견하기 위해, 놓지 않고 계속 꿈꾸기 위해, 꿈을 이루기 위해 오늘도 나는 묵직한 책가방을 챙겨 도서관을 찾았다. 내 앞과 양 옆에 앉아 책을 읽고 동영상을 시청하는 지기들도 자신의 꿈을 발견하고 포기하지 않고 계속 걸어가기 위해 도서관을 찾았겠지.


그래, 도서관은 나와 너의 꿈을 발견하고, 함께 꿈을 꾸고, 함께 꿈을 이루기 위한 장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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