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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가다의 작은섬 Aug 04. 2023

나의 첫 강의

꺅(2023.8.4. 금)



기대

학회선생님을 통해 MBTI강의 의뢰가 들어왔다. 지인이나 소그룹, 가족해석상담만 하다가 처음으로 낯선 장소로, 낯선 사람들 앞에 서는 설렘. <드디어 나도 장록 속에 잠자고 있는 자격을 사용할 수 있구나>하는 기대감이 몰려왔다.


설렘과 두려움

기본 초안 강의 ppt는 있었지만, 다시 새롭게 만들었다. 교재를 읽고 또 읽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설렘은 사라져 가고 두려움이 앞섰다. 그때마다 내가 이 강의를 하는 이유, 의미를 되새겼다. <씨앗, 나를 찾아가는 여정을 시작하는 씨앗> 그것을 심어주고 오자. 첫 강의, 나도 현장감을 배우고 전문성, 숙달, 효능감을 충족해 보자.


고마움

강의를 연결해 주신 선생님은 나의 첫 강의에 응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으셨다. MSG카페 회장도 내 첫 강의를 위해 몇몇 강의 노하우를 알려주셨다. 두려운 마음에 점점 용기가 생긴다. 검사와 해석을 모두 하기엔 촉박한 강의시간 몇 번의 시뮬레이션을 돌려보고 수정하고 또 수정하는 동안 집안 살림살이는 엉망진창이다. 두 번만 강의했다가는.. 으윽 돼지들이 자기네 집이네 우길 것 같다. ㅎㅎ 우리 요셉과 아녜스, 테레사! 온통 머릿속에 강의 생각뿐인 아내, 엄마를 대신하여 스스로 알아서 척척. 하루종일 책상 앞에 앉아있는 나에게 <열심히 해>하는 응원도 놓치지 않는다.(누가 보면 어디 여우주연상 탄 줄..ㅋㅋ)


걱정되는

오송까지 어떻게 가야 하지? 아는 것은 버스! 검색해 보니 3시간이 걸린다. <아~ ktx> 오~~ 한 시간! 처음으로 ktx 승차권을 예매했다. 혹시 승차권을 잘 못 예매했나 싶어서 몇 번을 확인하고 요셉에게 보여줬다. 모든 처음은 낯설고 불안하고 걱정된다. 내가 모르는 우연들이 마구마구 나타날 것 같아서.. 그래, 나는 아직도 우연이 불편한가보다.


흥미로운, 담담한

강의 하루 전날부터  두려움, 걱정이 사라지고 담담하고 흥미로운 마음이다. <이젠 될 대로 돼라> 싶은지..ㅋㅋ 오히려 차분해진다. 초행길이지만 ktx 18호차 앞 탑승장까지 잘 찾아왔다. <큭, 별것 아니네. 잘했어. 아가다>라고 속으로 외치며 깨알같이 나를 격려한다. 나는 스스로를 격려하며 좌석을 잘? 찾아 착석했다. 우연은 자리를 앉자마자 찾아왔다. 도대체 어디다 승차권을 찍어야 되는지 모르겠다. 두리번거리며 아무리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데 <삑>하며 찍는 곳이.. 안 되겠다. 중간 쫓겨? 나는 것보다 한번 부끄럽고 말자!


죄송한데.. 제가 오늘 처음 ktx를 타봐서요. 승차권은 어디다 체크하나요?



(ㅋㅋㅋ) 승차권 찍는 곳은 없단다. 그냥 앉아서 가면 되고 보여달라고 할 때 보여주면 된다고..(ㅋㅋ, 부끄러움은 내 몫이구나) 두 번째 우연은 좌석에 안전벨트가 없어서ㅋㅋㅋ 여기 왜 안전벨트가 없지? 탈선하면 다 죽는 거야?! 세 번째 우연은 하차역 안내표지판 어디에? 나는 한쪽 귀가 잘 들리지 않는데 선천적인 결함이다. 그래서 낯선 곳을 갈 때면 한껏 긴장하며 안내방송을 듣는데 잘 들리지 않는다. 기차는 한참을 달린 뒤 뭐라 뭐라 방송하는데 난 들리지 않는다. 지나치느니 두 번째 얼굴 팔고 말자!


죄송한데.. 여기가 오송역인가요?


20년도 전에 새마을호, 무궁화호 기차를 탄 뒤 처음 타는 ktx! 나는 오늘도 새로운  섬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학회 선생님 중 전국 사방팔방으로 강의 다니시는 분이 계신데 이런 낯선을 매번 경험하신다니! 존경스럽습니다!


당황스러운 

2시 30분 강의였지만 기차표시간 때문에 11시 30분에 오송역에 도착했다. 혹시 모르니 강의 장소 근처 커피숍에서 대기하고 있자! 택시를 타고 가는데 갈수록 불길한 기운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아무것도 없다. 허허벌판까지는 아니더라도 무슨 화학, 연구소뿐이다. 음식점이나 커피숍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저 멀리 현대라는 간판이 보인다. 현대백화점인가? 인도는 공사 중이고 폭염에 점점 익어가는 얼굴, 땀으로 범벅되는 몸! 버스 한 정거장 거리를 걸어간 곳은 무슨 현대바이오? 비슷한 것이었다. 크윽! 다시 저 멀리 다이소 간판이 보인다. 버스 한정거장은 훨씬 넘는 거리를 걸어서 부대찌개집에 들어갔다. 강의 중 배에 탈이 날까 아무것도 먹지 않으려고 했는데 강의 전에 열사병으로 쓰러질 판이다. 든든하게 싹 쓸어먹으며 떨어진 에너지를 충전하고 다시 강의 장소로 이동했다. 몰골이 말이 아니다. 복지관에 도착 후 틴트로 입술에 생기를 준다. 그나마 볼만하군!


급작스럽게 자신감 있는 용기 나는

2시 30분 강의였지만 갑작스럽게 2시에 강의를 해달라 신다. 앞행사가 일찍 끝났나? <네, 해야죠ㅎㅎ> 오잉 우연이 폭발할 준비를 한다. 준비해 간 ppt가 버전이 다르다. 글씨체는 다 깨지고 동영상은 재생되지 않는다. ㅎㅎㅎ 난 역시 무대체질인가? 당황스럽지만 당황하지 않고 <와~ 저는 이런 거 굉장히 불편한데요. 그래도 당황하지 않고 오늘 강의를 시작해 볼게요> 중간중간 발생하는 모든 우연을 순간순간 대처로 참여자분들과 감정을 나누며 강의를 진행했다. 끝! 나! 다!


또 고마운

복지관 앞에 사시는 학회선생님이 응원차 나를 만나로 오시고 오송역까지 배웅해 주셨다. 맛난 차와 샌드위치를 손에 들려주시며 수고했다고! 멋지다고! 지지해 주셨다. 강의를 연결해 주신 또 다른 선생님은 이번강의를 시발점이 되어서 더 성장하시길 바란다고 입이 마르도록 칭찬해 주셨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요셉이 운정역까지 마중 나왔다. 마누라 돈 벌어왔다고 ㅋㅋㅋ 하나하나 격려해 주신 분들 모두 감사하다. 그 격려자 중 요셉을 어찌 빼놓으랴!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내편, 나를 믿어주는 단 한 사람! 고마워!


글벗님들~~~~ 아앗! 아가다가 첫 강의를 하고 왔어요! 그것도 낯선 장소에서 낯선 사람들 앞에서요!ㅋㅋ


p.s. 복지관 관계자분과 강의에 참석해 주신 청소년과 어느 연구소 멘토 선생님들 저 사실 첫 강의였어요!ㅎㅎ  인생 첫 강의에 참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또 하나의 기념일이 될 거예요. 저 첫 상담 때 받은 상담료 아직도 책상 서럽 속에 고이고이 보관하고 있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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