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와 과거 그리고 보존(2023.8.18. 금)
<나는 오늘도 내 삶을 살았다>
새벽 4시 50분
오늘도 어김없이 울리는 알람 소리에 저는 눈을 뜹니다. 베개와 이불과 한참을 씨름하다 <꾸역꾸역> 일어나 욕실로 들어갑니다. 떠지지 않는 눈을 게슴츠레 뜨고는 <오늘도 잘 자고 일어났다>고 거울 속 나에게 웃으며 말해줍니다. 양치질과 세수를 하고 일기장, 네 안에 잠든 거인을 깨워라, 죽음의 수용소에서, 무의미의 의미, 영어단어장, 독서대를 챙겨 나의 사랑스러운 공간, 베란다 서재로 향합니다. <으쌰으쌰> 간단한 스트레칭을 하며 몸속에 남아있는 <잠>을 떠나보냅니다. 잠시 후 잔잔한 명상음악을 틀고 베란다 창문 앞에 방석을 깔고 앉아요. 우아(?)하게~ 10분 정도 오만 잡생각(?)을 다하고 자리를 털고 일어납니다.(사실 명상을 하고 싶은데... 아직 잘 안되네요 ㅋㅋㅋㅋㅋ)
우아하게 명상을 하고, 책상에 앉아 <매일매일 딱 한 단어만 외우자>라는 일념으로 영어단어를 한 개만이라도 외우려고 고군분투합니다. 그러는 사이 뇌 속이 더 활짝 깨어납니다. 영어단어를 통해 활짝 깨어난 뇌와 명상을 통해 활짝 열어젖힌 마음을 가지고 책을 읽습니다. 아무것도 와닿지 않은 날도 있고 어느 날은 반짝반짝 빛나는 문장을 발견한 날도 있습니다. 그런 날은 정말 짜릿합니다. 온종일 신이 납니다.
7시
책상에 더 앉아있고 싶어 하는 엉덩이를 겨우 떼어내고 요셉에게로 갑니다. 제가 큰 마음먹고 <비싼 돈> 주고 산 오일, 오일마사지로 요셉을 깨우고 나면, 주방으로 달려가 바나나우유를 만들고, 주물럭주물럭 주먹밥도 만들어 식탁 앞에 턱턱 차려놓습니다. 아이들 핸드폰에서 알람소리가 울립니다. 꿈틀꿈틀거리며 귀여운 굼벵이처럼 꾸물거리던 아이들이 한 명씩 일어나 제 품에 안깁니다. 저는 아이들을 꼭 안아주며 <이렇게 예쁜 것이 어디서 왔니? 자고 일어났더니 더 예뻐졌네~>라고 말하며 엉덩이를 토닥토닥, 뽀뽀세례를 퍼붓습니다. 제가 하루 중 제일 기다리는 순간이며, 벅찬 설렘이 있는 순간입니다. 이 순간만큼은 세상을 다 가진 기분입니다
8시 30분
요셉과 아녜스, 테레사가 집을 나서고 나면 저는 빨래, 청소, 주방 뒷마무리를 하며 집안일을 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아요.> 제가 반전매력이 있는 사람입니다 ㅎㅎㅎㅎ 바로 소파에 널브러져 눕습니다. 브런치스토리 글도 읽고 쉬다가 소파에게 <안녕>을 고하며, 도서관으로 출근하기도 하고 집에 있기도 하지만, 하는 일은 비슷합니다. 오늘 새벽에 읽었던 책에서 발췌한 문장과 나의 생각을 글로 남깁니다. 제가 하는 일이 읽는 일이라 하루 종일 읽고 또 읽습니다. ㅎㅎㅎ 그리고 쓰고 또 씁니다.
16시
테레사를 시작으로 가족들이 한 명씩 집으로 돌아옵니다. 코믹하게 웃으며 반깁니다. <아이고 우리 예쁜 새꾸들 왔어요~~-속마음을 다를 수도.... 더 놀고 와도 되는데..ㅋㅋ- 서방님 다녀오셨습니까? 오늘도 돈 버느라 수고하셨습니다! 90도 인사> 이제 저는 읽고 쓰는 일을 멈추고, 저녁식사를 준비합니다.
21시 30분
몇 번 부산스럽게 움직이다 보면 금방 잠잘 시간이 됩니다. <나는 오늘도 내 삶을 살았다> 고단한 몸을 침대에 눕히고는, 잠깐 웹툰만 봐야지.. 5분만 5분만 하며.. 핸드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나와 씨름하다가 핸드폰을 코에 박고 저는 잠들었다고 합니다. 나의 하루가 이렇게 이렇게 흘러갑니다.
매일매일이 설렐 것 같아요. 내일은 또 어떤 의미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나는 또 어떤 의미를 기록하고 추억할까?
빅터프랭클> 삶의 의미란 끊임없이 변하지만 절대로 없어지지 않는다. <발췌 : 죽음의 수용소에서/이시형/166p> 그것이 바로 마지막 숨이 남아 있을 때까지, 죽음의 순간까지 삶에 의미가 존재하는 이유다. 그러나 죽음에 의해서조차 삶은 그 의미를 잃지 않는다. 왜냐하면 삶의 의미란 미래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에 이미 저장되어 있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의미는 영원히 저장된다. <발췌:무의미의 의미/김미라/43p>
에디스 조엘슨> 로고세러피의 철학의 또 다른 측면은 시간에 대한 개념이다. 로고세러피에서는 미래를 아직 실현되지 않은 기회들이 보존되어 있는 것으로 여기는 한편 개인의 과거란 말하자면 그가 살아있는 동안 실현한 모든 것들이 안전하게 보관하는 저장소라고 여긴다. <발췌 : 무의미의 의미/김미라/44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