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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가다의 작은섬 Oct 10. 2023

아빠가 책을 읽는다고?!

왜 그래? 자기 혹시 갱년기야?! (2023.10.10. 화)


안녕하세요 글로 상담하는 상담사 아가다입니다.





(기웃기웃)

아가다:'왜 그래?'

요셉:'나한테 신경 쓰지 말아 줄래?'

아가다:'(신경쓰임) 왜 그러냐고?'

요셉:'저번에 내가 사 온 책, 그거 어디 있어?'


https://brunch.co.kr/@islefree/309


올봄 요셉이 박준 시인의 산문「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을 사들고 퇴근한 날이 있었습니다. 결혼하고 13년 동안 회사업무 관련 도서나 회사에서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독서 외에는 책을 사거나 읽는 것을 본 적 없는 저는 그때도 마냥 신기했어요. 하지만 책만 사 왔지 읽지는 않았습니다. 도대체 요셉이 무슨 책을 사 온 것인가? 신기해서 제가 읽어보고 책장에 고이 모셔두었는데, 어제저녁 갑자기 책장을 기웃거리며 그 책을 찾는 거예요! 그리고 책을 읽는 것이 아니겠어요?!!!


다다닥(세 모녀가 뛰어가는 소리)~~!!! 아빠가 책을 읽는다고??!!!




아녜스 : '아빠 정말 책 읽고 싶은 마음은 왜 생긴 거야?'

요셉 : '사람은 원래 책을 읽는 거야?'

테레사 : '아빠 원래 책 안 읽잖아??!'

요셉 : '무슨 소리야? 사람을 뭘로 보고?! 왜 그래! 아빠 책 많이 읽어!'

테레사 : '언제???'

요셉 : '너희들 잘 때 읽지!'

테레사 : '엄마! 진짜야? 진짜 아빠 우리가 자면 책 읽어?'

아가다 : '너희가 잘 때 아빠도 자지!'



우리 세 모녀는 세상에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 일어난 것처럼 침대 가드에 등을 대고 책을 읽고 있는 요셉의 주위로 모여들었습니다. 그리고 정말 신기한 동물을 바라보듯 요셉을 바라보았죠. 아이들은 방해(?) 공작에도 요셉은 꿋꿋이 책을 읽었어요. 저분이 왜 그러지???


9시 30분, 아이들이 잠잘 시간이 되어 각자의 방으로 들어가고 집안에 고요함이 찾아왔습니다. 요셉은 내가 이때 책을 읽었어야 했다면서, 시끄러워서 책을 읽을 수가 없었다고 투덜거렸어요. 그리고 또 책을 읽었습니다. <정말 신기하다!>


'자기야? 왜 그래? 갱년기야???'


요셉이~ 책을 읽는다~
요셉이~ 책을 읽는다~
요셉이가 부끄럽구나~
요셉이가 부끄럽구나~
그럼 내가 나가줄게~


저는 노래를 부르며 끝까지 요셉을 놀렸고, 아이들은 각자의 방에서 제 노랫소리를 들어며 잠들었고, 요셉의 설득력 없는 메어리는 그 속에서 힘없이 울렸답니다~!


<야~ 도대체 너희들은 나를 뭘로 보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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