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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가다의 작은섬 Apr 25. 2022

아가다의 지하로부터의 수기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감정 밑바닥..






얼마 전에 읽은 책「책으로 천년을 사는 방법-움베르토 에코」에서


『고전 읽기는 뿌리를 찾아가는 여행이다. 당대 문화를 심리적으로 분석하는 것, 무엇 때문에 아직도 우리가 그렇게 생각하는지 깨닫게 해 준다. 그들이 우리보다 더 현대적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해 준다.』


라는 글을 읽고 호기롭게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의 지하로부터의 수기」 도서관에서 빌려왔다.


하지만..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두 책 모두 나에게는 너무 어려운 책이었다. 지하로부터의 수기를 읽고 내가 느낀 것은 저 유명한 위인도 가슴속 생각은 나와 별반 다르지 않았구나.. 하는 정도?! 특히, 초대받지 않은 동창생들 모임에 굳이 찾아가서 스스로의 열등감과 그들에게 받는 무시에서 일어나는 내면적 묘사 부분이 나에게 많은 공감을 일으켰던 것 같다.






『오직 정상적이고 긍정적인 것 하나만이, 한마디로 말해서 오직 ‘안락’ 하나만이 인간에게 이롭다고 확신하는가?

인간은 이따금씩 고통을 끔찍이도 죽도록 좋아한다.

오직 비에 젖지 않을 목적을 위해서만 살아야 하는 것이라면 말이다.』

(지하로부터 수기 57,59p 표도로 도스토예프스키)


비가 내리면 우산을 쓸 수는 있지만, 완벽하게 빗물이 옷에 튀기게 않게 할 수는 없습니다. 언제나 내 삶이 행복하고 평안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누구에게나 존재합니다.






『무심코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았다.
 
흥분에 사로잡힌 내 얼굴은 내가 봐도 극도로 역겨웠다.
 
창백하고 사악하고 비열한, 텁수룩한 머리털로 뒤덮인 얼굴 말이다.

 ‘그럼 또 어때, 오히려 이래서 기쁘다.’ 나는 생각했다.』

(지하로부터 수기 136p 표도로 도스토예프스키)


나도 주 5일제 근무(?)를 하고 싶습니다. 왜 주부에게는 주 5일제가 없는 것인가?!!


나에게도 주 5일 근무를 허락해 달라!!



지하로부터의 수기 1화 밥! 밥! 밥!


밥! 밥! 밥!

이놈의 밥 타령 지겹구나.


눈 뜨자마자

'오늘 아침밥은 모예요?'라고

묻는 저 앙증맞은 입 구녕에

빵을 쑤셔 넣어버리고 싶구나.


하지만 나는

저 앙증맞은 입 구녕에

맛난 빵을 만들어 넣어주었지..


아.. 이제 한 타임 돌렸구나.. 싶은데

넌 그 시간조차 허락해주지 않는구나


'엄마. 점심밥 모예요?'


아... 애들아..

한 끼 정도는 굶어도 죽지 않는단다..


'엄마. 저는 그 메뉴가 싫어요!'


너희 눈에 저 냉장고 속

반찬들이 보이지 않는 것이냐?

너희가 한번 드시고 안 드신 저 반찬들!!!

주말엔 저것들 좀 먹어주면 안 되는 것이냐?!!!


나도 나도!!!

주말엔 너희가 공부하기 싫어하는 것처럼

나도 밥하기가 싫단다.


너희가 마음껏 TV를 보는 것처럼

나 또한 마음껏 책을 읽고 싶단다.


너희가 주말엔 ‘이래라저래라’ 하는

나의 간섭이 불편한 것처럼

나 또한 내 방에 틀어박혀

놈팡이처럼 뒹굴고 싶단다.


'엄마. 근데 저녁밥은 뭐예요?'


아.. 제기랄..






『어떻게 해야 했을까? 그래 거길 가지 말았어야 했다.

터무니없는 꼴이 되지 않았나? 그렇다고 이대로 관둘 수도 없잖은가?

그랬다가는 당장.... 아 맙소사! 어떻게 이대로 관둘 수가 있나?

게다가 그런 모욕을 당한 마당에!』

(지하로부터 수기 134p 표도로 도스토예프스키)


내가 할 수 없는 것들을 요구하시는 그분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밖에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언제나 한결같으시고 앞으로도 여전하실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모든 것은 운명과 시간에 맡겨버리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그것을 할 것입니다.



2화 이 보세요. 나도 아파요.

     

나 좀 그만 괴롭혀.. 제발

당신네 인생까지 내가 다 껴안기엔

나는 너무 약하단 말이야.

나 이렇게(약하게) 키운 거 당신들이잖아.


“나 이제 못해요”

“내가 책임질 수 없는 일이에요”라고

당신들에게 말하지만

그렇게 말하고 뒤돌아서지만


그래도 내가 안 아픈 건 아니야..

나도 아파요.

나도 내가 어떻게 해야 될지 몰라서 아파요.






『완전히 지하실은 아니고 지하나 다름없는 지층인데..

뭐 그러니까... 저어기 아래쪽에... 더러운 집 말이야...

주변은 온통 진흙탕이고... 온갖 껍질이며 쓰레기가 수북이 쌓여있고....

냄새는 또 얼마나 지독한지... 구역질이 날 지경이지...』

(지하로부터 수기 141p 표도로 도스토예프스키)


빅터 프랭클은 환자와의 대화에서 말합니다. “마음속의 혼란을 보지 말아요. 그 대신 자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들 쪽으로 시선을 돌려 보세요. 중요한 것은 깊은 곳에 숨어있는 것이 아니라 미래에 당신을 기다리고 있는 것, 당신에 의미 실현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입니다.”


나 또한 지금 여기에 집중하여 오늘을 살아갈 것입니다.



지하로부터의 수기 3화 (열등감..) 밉다 참 밉다


참 밉다

첨부터 어딘가 꼬여있는 네가 아리송했다

그때 선을 지켰어야 하는데..

내가 새워둔 경계를 무너트리는 네가 싫었다.



너만 옳다는 듯

너만 정당하다는 듯

참 꼴배기 싫고 역겹다.


참 역겨운 행동들..

뭐 너 같은 게 다 있니?


끝내 내게 남는 것은

내 경솔한 모든 행동들이다


그런데 난 아직도 이 분노가

사그라들지 않아

네가 참 꼴배기 싫다!


2018년 아가다 일기장 내용 발췌






『정말로 이제는 내 쪽에서 하릴없는 질문을 하나 던져 본다.

 “값싼 행복과 숭고한 고뇌 중 무엇이 더 나을까? 과연 무엇이 더 낫겠는가? 』

(지하로부터 수기 197p 표도로 도스토예프스키)



나는 가끔 값싼 행복도 숭고한 고뇌도 좋습니다. 숭고한 고뇌가 필요하다면 한 며칠 알차게 아프고 싶습니다. 지난 주말 내내 아팠습니다. 숭고한 고뇌를 하느라.. 제가 선택한 아픔이었습니다. 미친 듯이 아프고 나니 살아가 힘이 생깁니다. 이럴 때 나에게 값싼 행복이 주어진다면, 그것 또한 저에게 힘이 되겠지요..?!






  『‘아픈 것은 결코 비정상적인 것이 아니다’ 사람들이 ‘비정상이다, 미쳤다, 바보다’라고 규정하는 그들의 말을 잘 들어보면 진실인 경우가 많아요.』

<빅터 프랭클 85p 박상미>


실타래처럼 얽히고설킨 생각들이 홍수처럼 밀러 올 때가 있습니다. 가족이든 어는 집단이든 나만 동떨어져 그들을 공감하지 못하는 것 같을 때면 내가 비정상적인 사람인가 싶기도 합니다.


저는 욕심도 많고 예민하고 생각이 많은 사람입니다. 그렇기에 뭐든 열심히 하고 한번 생각할 것 두 번 세 번 생각해서 배려합니다.


이제 이 홍수 같은 생각들은 운명과 시간에 맡기고 그 안에서 통제할 수 있는 일과 책임질 수 있는 일을 하기로 저는 선택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할 것입니다.^^



오늘도 행복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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