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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가다의 작은섬 Mar 25. 2024

난 주기적으로 나 자신이 무가치하다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오늘도 나는 기도하듯 읊조린다.(2024.03.25. 월)


지금의 나를 반영하듯 날씨가 변덕스럽다.

전철을 타고 함께 이동하는 사람들을 보니 '봄'에 맞는 외투를 걸친듯하다. 모두 그렇지는 않을 진데 내 눈엔 모두 겨울옷일랑 벗어젖힌 것 같다. 나는 추운데... 3월이면 봄이지만 내 몸엔 아직 겨울의 기운이 물씬 느껴졌다. 내가 느끼는 체감보다 3월은 봄이니까, 봄옷을 입은 사람들 사이에 두꺼운 패딩을 입고 있는 내 모습이 남들에게 미운오리새끼처럼 보일까 봐 지난주 월요일엔 얇은 패딩만 입고 학교에 갔다가 얼어 죽을뻔했다. 에라 모르겠다. 남들이 이상하게 보든 말든 난 추우니까 좀 더 겨울에 머물련다.


다음 날, 겨울에 좀 더 머무르겠다고 다짐한 게 무색할 정도로 날씨가 갑자기 따뜻하다 못해 더워졌다. 주말에 맨투맨 하나만 입었는데도 초여름같이 더웠다. 겨울이 떠나고 봄이 오기까지, 흐트러진 혼돈 속에서 균형을 잡으려는 사투가 참으로 격렬하다. 지금 내 모습같이..


어젯밤에 자려고 누웠는데, 오라는 잠은 오지 않고 오만 잡생각이 떠올랐다. 뒤 척 뒤척이며 깊은 호흡을 해보기도 하고 기도도 해봤지만 새벽 한 시가 다 되도록 잡생각은 쉬이 물러나지 않았다. 난 잠들기 위한 사투를 한 걸까? 잡생각을 떠나보내기 위한 사투를 한 걸까? 참을 수 없는 불안이 목구멍까지 차올라 방을 뛰쳐나가기 직전, 에라 모르겠다. 모든 사투를 내려놓았다. 이러나저러나 잠들기도 잡생각을 떠나보내기도 글렀다. 웹툰이나 보자.


난 주기적으로 나 자신이 무가치하다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이럴 때면 한 계절이 떠나고 다가오는 한 계절이 자리 잡을 때까지 날씨가 자연을 마구잡이로 뒤 흔들듯 내 삶도 정처 없이 뒤 흔들린다. 오늘도 나는 정처 없이 흔들리지만 작년에 '나'보다 지금에 '나'가 덜 요란스럽다. 그나마 과거보다 나아진 것은 이 상태를 벗어나려고 애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변덕스러운 날씨처럼 찾아오는 무가치함은 내가 애쓴다고 벗어날 수 없다는 걸 안다. 어제와 같은 밤을 몇 밤을 보내야 할지 장담할 수 없지만, 그저 가만히 기다리면 봄이 오듯 정처 없이 흔들리다 보면 어느 순간 내 마음에도 평온이 찾아온다는 걸 이젠 아는 정도가 되었다.


안다고 덜 아픈 건 아니지만 인내하는 시간이 마냥 고달프진 않다. 이 마음을 밀어내고 회피하려고 애쓰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때까지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며 오늘을 산다. 오늘도 '나'를 공부하고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밥을 먹고, 운동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가족과 웃으며 안아주고 마음을 보며 사랑을 속삭인다. 그리고 기도하듯 조용히 읊조린다.


능력에 맞게 살자

순간순간 감사하며 살자

안 되는 것을 바라기 보다 되는 것에 감사하자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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