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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가다의 작은섬 Apr 17. 2024

사랑하니까요.

죄책감(2024.04.15. 월)


아픈 아이를 보고 있자니

마음 한 구석에서

'죄책감'이 일어납니다.

왜냐고요?

사랑하니까요.


'어머니,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딱 두 번 성장급등기가 있어요. 한 번은 2세까지 영아기고, 또 한 번은 지금이에요. 이때 잘 먹어야지 그게 키로 가고 건강해요. 사실 이 나이에 감기로 입원하는 건 흔한 경우는 아니에요. 피검사 결과에서도 과자나 가공 식품을 많이 먹는 것으로 보이는 소견이 나왔고... 앞으로 익힌 야채, 고기, 미역국, 현미 같은 건강한 음식을 먹어야 아이 건강에 좋아요.'


아닌데요.

저 현미밥 먹여요.

야채도 많이 먹이고요.

의사 선생님 저 할 말 많지만 하지 않을게요.

왜냐고요?

사랑하니까요.


스멀스멀 올라오는 죄책감이

의사 선생님의 한마디가 보태져

활화산같이 타오르네요.

왜냐고요?

너무 사랑하니까요.


'엄마가 과자 많이 먹지 말랬지? 너 계속 편의점 가면 용돈 안 줄 거야! 그러니까 엄마가 줄넘기 학원 다니랬잖아!'


죄책감은 잔소리로 바뀌어

아이에게 '탓'을 돌립니다.

왜냐고요?

사랑하니까요


4일 만에 퇴원한 테레사를 집에 데려다주고

오이, 부추, 시금치, 오렌지, 버섯, 숙주...

한가득 장을 봤습니다.

부지런히 움직여 멸치를 볶고,

오이_부추김치를 만들고,

생 야채를 썰어 간식통에 담습니다.

왜냐고요?

사랑하니까요.


3일 동안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해

몸은 천근만근이지만

죄책감은 계속 나를 움직이게 하네요.

온 가족이 총출동해서

밀린 빨래를 돌리고, 침대커버를 갈고

묵은 먼지를 털어내고

겨울옷을 정리했습니다.


아이를 건강하게 잘 돌보고 싶어요.

'운동 좀 해'라고 말하는 대신

함께 산책하고

'과자 먹지 마'라고 말하는 대신

건강한 간식을 준비해 줄래요.

왜냐고요?

사랑하니까요.


나도 건강하고

가족들도 건강했으면 좋겠습니다.

함께 건강하게 살고 싶습니다.

왜냐고요?

사랑하니까요.


아~~

그나저나 테레사가 거진 3주째

학교를 제대로 못 가네요.

내일은 열체크 후 보낼까 했더니

생존수영이 있다네요.

ㅡ. 웃프다.

바보 되진 않겠죠???

또 다른 걱정이 시작됩니다.

왜냐고요???

사랑하니까요!!!!!







건강을 회복한 테레사가

드디어 학교를 갔다.

오예~ 자유닷!


아~ 공부하기 싫다.

아~ 집에 혼자 있기 싫다.

아~ 친구랑 수다 떨고 싶다.

아~ 산책하고 싶다.


아~ 중간고사가

내 발목을 잡는구나.

공부하기 싫다.ㄷㄷㄷ


분풀이로

교재에 낙서하기!!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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