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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가다의 작은섬 Jul 20. 2022

수레바퀴 아래서 키우는 자식

예나 지금이나..


  




『3년 전부터 마을 사람들이 그를 눈여겨보기 시작했다. 선생들과 마을 목사, 아버지, 특히 교장 선생까지도 격려의 채찍질로 한스를 숨 가쁘게 몰아세웠다. -중략- 왜 자산이 이처럼 피곤한지 의아스러웠다.』

(수레바퀴 아래서 64p 헤르만 헤세)     


예나 지금이나, 그놈의 공부

요즘 고전 읽기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데미안에 이어 2번째 헤르만 헤세의 작품을 읽었습니다.


수레바퀴 아래서의 작품은 헤세의 청소년 시기를 기록한 자서전 같은 책이라고 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참.. 예나 지금이나 그놈의 공부가 문제인가? 부모의 지나친 간섭이 문제인가? 생각해 봅니다.


특별나지도 않은 작은 마을에서 좀 똑똑한 아이, 한스가 마을 사람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하면서 자신의 삶을 살아가지 못하고 그들이 요구하는 삶을 살아가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잃고 말라가는 이야기입니다.

    

지금도 별반 다를 것이 없는 청소년 아이들의 심리묘사를 아주 잘 표현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부모라면 한 번쯤 읽어보고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아이 혹시 천재인가?!

아네스가 처음 한글을 배울 때 한글을 통 글씨로 인식하지 않고 자음, 모음으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때 나는 ‘이 아이 혹시 천재인가?’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자녀를 키우다가 보면 ‘이 아이 혹시 천재인가’ 하는 생각을 한 번쯤은 해보지 않았을까 조심스럽게 말해봅니다.


자녀의 특출남은 가끔 부모의 지나친 기대가 되어, 부모와 자녀 사이에 아픈 상처를 남기기도 합니다.






『한스에게는 수학이 이해하기 힘든 낯선 과목이었다. -중략- 계산의 모든 결과가 일치한다고 하더라도 그 이상의 어떤 다른 의미는 생겨나지 않았다. 수학적인 학습과 강의는 마치 곧게 뻗어 있는 국도를 걷는 것과 다름없었다.』

(수레바퀴 아래서 150p 헤르만 헤세)     



예나 지금이나, 수학

맞아요. 저도 아녜스와 수학 공부로 많은 갈등이 있었습니다. 지금도 아이들 공부에 제일 많은 관심을 가지는 것도 수학입니다.


하지만, 수학을 못한 저도 아직까지는 잘 살고 있습니다. 이 놈의 수학, 대학을 가기 위한 수능을 위한 수학으로 전략한 지 오래인 것 같습니다.



집중, 그거 참 어렵더라

공부하는 아네스와 테레사에게 가장 많이 했던 말,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집중해서 빨리 끝내라. 둘째, 그거 엄마가 가르쳐줬잖아.


나를 치유하는 여정으로 심리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좀 더 깊이 있는 공부를 위해 청소년상담사를 공부하고 있어요.


아침에 일어나서는 항상 일을 마치고 와서 아이들 오기 전까지 집중해서 딱 2시간만 공부하자! 결심합니다.


막상 퇴근하고 집에 오면 피곤해요. 딱 30분만 누워있다가 공부해야지. 마음 먹지만 30분이 한 시간이 되고 두 시간이 되는 건 금방입니다.


그때서야 기다려주지 않는 시간이 야속하고 부랴부랴 공부를 해보지만, 집중이 될 리가 있나요?! 그래도 마음을 다잡고 공부를 합니다. 5분 공부할라 치면 ‘카톡, 카톡’이 울립니다. 카톡 한번 확인하면 또 20분은 그냥 흘러갑니다.


다시 공부 시작, 20분이나 공부했을까요? 오랜만에 친구가 전화했어요. 너무 오랜만의 전화라 끊을 수도 없습니다. 그렇게 공부시간 끝.


나 자신이 싫다.

오늘은 어쩔 수 없었다. 내일 다시 열심히 공부해보자 마음먹고 잠이 듭니다. 그리고 다음 날 공부시간, 딱 30분만 쉬자. 웹툰 1편만 보고 공부하자.


그것이 한 시간, 두 시간이 되고 어제와 같은 하루를 보냅니다. 정말이지 견딜 수 없게 내가 싫어집니다.


어른이 되어서 공부를 해보니, 어른인 나도 공부가 내 마음같이 않은데, 아이들은 오죽할까 싶습니다. 부모도 그와 같은 시기를 겪었다지만 현재를 경험하고 있는 것은 아이들입니다.



 ‘오늘도 애썼다’

같은 시기를 경험한 경험자로서 이해할 수 있겠지만, 가끔은 자식이 답답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아이와 나, 모두에게 해가 되지 않는 말, ‘오늘도 애썼다’ 한 마디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요.

저는 내가 항상 했던 두 가지 말이 아이들이 들어주기에는 무척이나 힘든 일이었다는 것을 내 공부를 하면서 알아차렸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한스는 즐겁지 않은 주위의 변화에 대하여 점점 관심을 잃어갔다. -중략- 한때는 촉망받는 학생이었던 한스가 이제는 교장 선생의 냉대와 고의적인 경멸을 감수해야만 한다.』

(수레바퀴 아래서 77p 헤르만 헤세)     



비가 내리는구나...

그래도 매일매일 꾸준히 공부했습니다. 실력 테스트 겸 기출문제를 풀었는데, 비가 내려요. 그렇게 비가 내릴 수가 없습니다.  


순간, ‘내가 뭐하러 이 고생을 하며 공부를 하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딱 하기가 싫어졌습니다.


하나를 공부해서 하나를 알면

분명히 공부했는데, 정말 열심히 했고 이해도 했는데, 한 과목 공부가 끝나고 다른 과목을 공부하고 돌아와서 다시 보면 정말이지 새로운 공부 같습니다.


청소년상담사 나눔씨패스 본문 내용

독일 심리학자 에빙하우스는 기억에 대한 실험을 통해 학습을 한 뒤 10분이 지난 뒤부터 망각이 시작되고, 하루만 지나도 70% 이상 망각, 한 달이 지나면 80% 이상 망각이 일어난다고 합니다.


복습하지 않으면 공부하지 않은 것과 동일하다고 합니다. 그러니 하나를 가르쳐서 다음 날 모르는 것은 당연한데 모른다고 그렇게 혼을 냈으니 아이들이 얼마나 엄마가 야속하고 배워도 모르는 본인 스스로가 얼마나 싫었을까요?!


진짜로 하나를 가르쳐서 하나를 아는 아이는 그냥 똑똑한 아이일 것입니다.(하하하) 반복해서 학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은 알지만, 어째 맨날 공부만 할까요?


아무리 좋아하는 음식도 매일 먹으면 질리기 마련인데 말입니다. 매일 해야 된다는 것은 알지만 정말 사무치도록 공부가 하기 싫을 때가 있더란 말입니다.






『학교와 아버지, 그리고 몇몇 선생들의 야비스러운 명예심이 연약한 어린 생명을 이처럼 무참하게 짓밟고 말았다는 사실을 생각한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왜 그는 가장 감수성이 예민하고 상처받기 쉬운 소연에 매일 밤늦게까지 공부를 해야만 했는가? 왜 그에게서 토끼를 빼앗아버리고, 라틴어 학교에서 같이 공부하던 동료들로부터 멀어지게 만들었는가? 왜 낚시하러 가거나 시내를 거닐어보는 것조차 금지했는가?.』

(수레바퀴 아래서 172p 헤르만 헤세)     



숨 쉴 구멍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는 생각에 친구들 만나는 것도 시간을 내기가 참 어려웠습니다. 그랬더니 점점 지쳐갔어요.


공부만 해도 시간이 모자라다는 생각에 글 쓰는 것도 멈추고 운동하는 시간도 줄였습니다. 그랬더니 번아웃이 옵니다.


어차피 해야 하는 공부라면,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 몸이 건강해야 마음도 건강한 법! 다시 산으로 달려갔습니다.


산의 정기를 받고 사람들을 만나니 이제 좀 숨을 쉴 것 같습니다. 안정된 마음이 찾아오니 공부하는 마음도 한결 가벼워집니다.





『아, 나는 피곤합니다. 아, 나는 지쳤습니다. 지갑에는 돈 한 푼 없고, 주머니에도 없습니다.』

(수레바퀴 아래서 183p 헤르만 헤세)     


주인공, 한스

주인공 한스는 신학교에 2등으로 합격한 우등생이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의 기대, 아버지, 학교 선생님들의 기대에 묻혀 끝내는 신경쇠약으로 학교를 끝까지 다니지 못합니다.


계속 말라가는 몸,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두통, 한스는 자신이 점점 이상해져 간다는 것을 알지만 어떻게 할 수가 없습니다. 어른들은 성적이 떨어지는 한스에게 참 냉혹합니다.


결국은 무너져 내리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지만 다시 돌아온 고향에서는 낙오자라는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아버지의 강요로 노동자의 삶을 선택한 한스, 친구들과 회식 자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너고 맙니다.


끝까지 자신의 삶을 살지 못한 한스, 다른 사람들이 기대하는 삶을 사느라 애쓴 한스가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네 아이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에 여운이 많이 남는 작품이었습니다.



무엇을 위해 공부를 해야 하는가?

아이들이 당연히(?) 해야 하는 공부지만 스스로가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생각하고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을 주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위해 공부를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하고 싶은 일을 위해 공부를 해도 참 힘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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